[AI와 디지털전환]이제는 '연결'과 '데이터'가 핵심이다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 성장을 겪었다. 이제 AI는 더 이상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보조하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교육과 의료, 금융 등 사회 전 영역에 필수적인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우리가 이 놀라운 기술의 발전에 감탄하는 동안 정작 이 기술이 우리 사회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그리고 기술 발전 속에서 인간이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우리가 AI와 디지털 전환 시대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는 '연결'과 '데이터'다. 사람과 사람, 문화와 문화를 제대로 연결하지 못하는 기술은 혁신이라 부르기 어렵다. 또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면 AI가 가진 진정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없다. 결국 모든 기술은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언어야말로 사람을 연결하는 가장 본질적이고 강력한 수단이다. 이제는 단순히 AI 기술 발전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이 기술을 통해 우리가 어떤 세상을 만들어갈 것인지, 그리고 이를 위해 필수적인 고품질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한 명확한 전략이 필요하다.

데이터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AI 모델 성능과 글로벌 경쟁력은 전적으로 데이터 품질에 달려 있다. 특히 언어 데이터의 경우 다양한 문화적 맥락과 자연스러운 일상 표현을 반영한 고품질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디지털 활용 역량이 매우 높지만 데이터 유출 우려와 같은 문제로 인해 산업 특화 데이터가 충분히 구축되지 못한 상황이다.

글로벌 AI 선도국은 규제보다는 혁신과 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공공 데이터 개방, 산업 데이터 거래 촉진, 데이터 큐레이션 산업 육성, 그리고 저작권과 개인정보 규제의 합리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공공과 민간 데이터의 과감한 축적과 개방 확대, AI 데이터 규제 샌드박스 활성화, 자율적 데이터 표준화 등 더 적극적이고 유연한 데이터 정책이 필요하다.

그동안 국내 AI 정책은 기술 개발 중심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데이터 기반의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실질적인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디지털 소외 계층이 발생하지 않도록 AI 교육과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하고, 동시에 윤리적 이슈와 프라이버시 보호를 고려한 데이터 정책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AI와 데이터 정책은 사회적 신뢰를 기반으로 투명하게 설계되고 운영돼야 한다. 시민과 기업, 정부 모두가 데이터 활용의 가치와 책임을 충분히 인식해야 하며, 데이터의 안전한 공유와 윤리적 사용 문화가 사회 전반에 깊이 뿌리내릴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디지털 혁신이 가능해질 것이다.

또 글로벌 환경에서 AI 기술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문화·언어적 차이에 대한 세심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은 AI 기술 개발 과정에서 인간의 직관적 이해와 데이터의 정교함을 함께 담아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더 나아가 기술 개발 과정에서 인간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하이브리드형 AI를 구현한다면, 보다 신뢰할 수 있고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AI를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이제 '기술 중심'에서 '사람 중심'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해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포용적 사회를 만드는 것, 그것이 AI 시대의 진정한 혁신이자 우리가 함께 가야 할 방향이다.

결국 AI와 디지털 전환의 궁극적인 목표는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거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만이 아니다. 이 기술이 얼마나 인간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고, 세계 다양한 문화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에 진정한 의미가 있다. 기술은 언제나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하며, 데이터는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중요한 자산이다. 우리는 기술의 발전과 데이터 확보라는 두 축을 균형 있게 발전시킬 때 비로소 글로벌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

이정수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초거대AI추진협의회원·플리토 대표 pr@flit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