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에 공식적으로 뛰어들었다. 그간 간담회나 국회 발언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입장을 밝혀온 것과 달리, 공식 보고서와 설명회를 통해 정책 방향을 직접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7일 한국은행은 157쪽 분량의 보고서 '디지털 시대의 화폐, 혁신과 신뢰의 조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이슈와 대응방안'을 발간했다. 보고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사실상 새로운 화폐'로 규정하며, 은행권 주도 발행을 재차 강조한 게 핵심이다.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이 가진 혁신성은 분명하다”면서도 “통화 및 금융시스템에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러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한국은행의 의무”라고 밝혔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에 중앙은행이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통화정책의 효과를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을 핵심 우려로 제기했다.
이어 한은은 기존에 강조해온 은행권 주도 발행 모델을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았다. 박준홍 한은 금융결제국 결제정책팀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비은행이 발행해야만 혁신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은행이 발행과 규제 준수를 책임지고, 비은행은 기술 혁신과 상품 개발 등 노하우를 결합하는 구조를 통해 혁신 수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구조에서 은행과 비은행 간 이해관계에 따라 거버넌스가 복잡해지고,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질 수 있다는 점은 한계로 꼽혔다.
대기업 및 빅테크 기업의 직접 발행 모델에 대해서도 명확히 선을 그었다. 금융의 공공성과 시장 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은은 “빅테크는 자체 플랫폼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유통이 가능하므로 반드시 이들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발행해야만 관련 산업이 성장하고 혁신이 촉진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비은행 대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발행할 경우, 이는 사실상 해당 기업에 자금 수신과 지급결제 기능을 허용해 지급결제 전문은행(narrow banking) 제도를 민간에 전면 개방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존 금융산업 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으며, 오랜 기간 유지돼 온 금산분리 원칙과도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우려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발행과 유통의 분업 모델'을 제시했다.
예컨대 페이팔의 스테이블코인(PYUSD)은 신탁회사 팍소스가 발행을, 페이팔이 유통을 담당하고 있으며, USDC는 써클이 발행을, 코인베이스가 유통을 맡고 최근에는 비자(VISA) 카드 네트워크로까지 채널이 확장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입장은 단기적인 속도전보다는 제도 설계의 '방향성'에 무게를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은이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앞세워 주도권 논의에 본격 뛰어든 만큼, 업계에선 법제화 속도가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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