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페이(合肥)시 정부를 따라 주식을 사면 큰돈을 번다.”
류즈잉(劉志迎) 중국과학기술대학(USTC) 공상관리(경영)학과 교수의 조언이다. 2020년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는 자동차 회사 니오(NIO)에 대한 투자가 대표 사례다. 허페이시 정부는 2년 만에 투자금의 5.5배를 회수했다. 블룸버그는 이런 허페이시 관료를 ‘벤처 자본가’에 비유했다.
첨단기업의 성지로 떠오른 안후이성 허페이시 정부의 ‘투자 본능’은 디스플레이 업체 BOE를 유치했던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OE는 옛 현대전자의 LCD사업부문인 하이디스를 인수하며 업계에 발을 들인 후발주자. 당시 BOE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생사의 갈림길에 몰렸다.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는 생산라인 업그레이드가 절실했다. 공장 설립을 위해 선전(深圳)과 상하이시 정부를 찾아갔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바로 그때 허페이시 정부 관리들이 BOE를 찾아갔다. “허페이시는 금융위기였던 2008년 150억 위안(약 2조9200억원)을 BOE에 투자했다. 300억 위안 규모였던 시 재정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를 위해 계획됐던 지하철도 포기했다.”
『허페이는 모델이 있는가』의 저자이기도 한 류 교수의 말이다. 이를 계기로 BOE는 날기 시작했다. 2010년 11월 허페이시의 6세대 생산라인에서 중국 최초로 32인치 LCD를 만들며 글로벌 선두로 도약했다.
허페이시는 2012년 8.5세대, 2016년 10.5세대 TFT-LCD 라인에 추가로 투자했다. BOE는 출하량 기준 세계 최대 LCD 패널 제조사로 변신하며 한국을 대체했다. 그사이 100여 개 디스플레이 상·하류 관련 기업이 허페이시로 몰려왔다. 투자로 산업 생태계를 끌어오는 ‘허페이시 모델’이 탄생했다.
중국 지방정부는 보조금을 통해 기업을 지원한다. 그러나 허페이시는 달랐다. ‘보조금 분배자’에서 ‘지분 투자자’로 역할을 바꿨다.
류 교수는 허페이시 모델의 핵심으로 “효율적인 시장과 유능한 정부의 결합”을 꼽는다.
허페이시가 투자한 전기차 ‘니오’ 2년 만에 5.5배 회수
정부가 직접 투자를 통해 기업을 끌어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인재 양성, 연구개발(R&D) 등 산업 생태계를 만든다.
배터리 회사인 고션도 ‘허페이 모델’ 사례다. 이 회사는 2023년 리튬인산철 배터리 생산능력 세계 3위의 강자. 왕치쑤이(王啓歲) 부총경리는 “고션과 허페이는 ‘피’를 섞은 전략적 파트너”라며 “허페이 전기차 클러스터의 허브이자 혁신의 주역”이라고 했다. 고션 인근에는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In China, For China)’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독일 폭스바겐(VW) 전기차 공장이 자리 잡았다. VW는 고션 25% 지분을 갖고 있다. BYD도 허페이에 공장을 뒀다. 투자가 전기차 클러스터를 일궈낸 경우다.
“벤처투자사” “투자은행”으로 불리는 허페이는 복수의 금융 플랫폼을 운용한다. 허페이 모델은 AI·양자 컴퓨팅·핵융합 등으로 확장 중이다. 시내 ‘퀀텀대로’에는 20개 이상의 양자 전문 기업이 들어서 중국 최대의 양자 컴퓨팅 산업 사슬을 갖췄다.
뤄윈펑(羅雲峰) 허페이 시장은 올해 정부 업무 보고에서 “기업 서비스 분야에 혁신 ‘시나리오 플러스(+)’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신생 혁신기업을 유니콘으로 키우는 데 필요한 시나리오 1000개를 정부가 대주겠다는 포부다. 중국식 혁신에서 정부는 정책의 설계자이자, 장기 투자의 큰손이다. 제품 구매를 통해 신생 산업에 마중물을 대는 빅 바이어 역할도 한다. ‘허페이 모델’은 정부 역할의 종합판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한국 지자체장도 지역 경제의 ‘최고경영자(CEO)’가 돼야 한다”며 “허페이를 참고해 수동적 행정 패러다임을 깨부수고 혁신적인 거버넌스의 주체로 바뀌어야 산다”고 조언했다.
중국이 혁신하면, 글로벌 지정학과 공급망, 힘의 균형까지 바꿔 놓을 것”이란 예측이 나옵니다. 더는 80년대 카피캣 중국이 아닙니다. 꿈틀대는 중국의 혁신을 깊이 알고,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 심층 분석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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