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정책적 개입을 통해 단순 보상 중심에서 사전예방 중심으로 학교안전 패러다임을 바꾸겠습니다.”
정훈 학교안전공제중앙회 이사장은 최근 여의도 소재 공제중앙회에서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보상 또한 공제중앙회의 본질적인 기능이지만, 이제는 학교안전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험 요인을 사전에 포착하고 학교 현장에서 실질적인 예방이 이뤄지도록 돕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학교안전의 본질은 사고 이후의 보상이 아닌 예방이라는 정 이사장의 지론은 2023년 5월 취임 이후 지난 2년여 간 공제회 정책을 통해 구체화하고 있다. 학교안전지원시스템 고도화, 학생안전 자가진단도구(SSA) 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학교안전지원시스템은 공제중앙회가 개발한 통합 플랫폼으로, 학교 현장의 안전관리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실시간 사고 데이터 모니터링부터 안전계획 수립, 실태조사, 재난대비 훈련, 안전교육 표준안 제공까지 다양한 기능이 통합돼 있어 현장의 실질적인 안전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2024년에는 웹어워드코리아 공공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시스템의 우수성과 혁신성을 대외적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정 이사장은 “학교안전관리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며, 향후 사용자 경험 중심으로 기능을 더욱 정교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개발한 SSA는 학생 개개인의 기질·성향, 인지·태도·행동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정서적 안정성과 주의력 결핍 등 사고에 취약한 요인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도구다. 올해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실시했으며, 향후에는 보다 많은 학교에서 이 도구를 활용할 수 있도록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정 이사장이 안전 사고 예방을 위해 드라이브를 건 정책은 현장에서 조금씩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정 이사장 취임 첫 해인 2023년 131건이었던 장해 및 유족급여 지급건수는 지난해 117건으로 확 줄었다. 카드 뉴스, 홍보 리플릿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안내한 결과 2018년 학부모가 직접 공제급여를 청구한 비율도 2018년 19%에서 지난해 81%까지 상승했다.
정 이사장은 “이전에는 신고되지 않거나 청구되지 않던 경미한 사고들이 제도 안으로 포착되기 시작한 것"이라며 “이는 오히려 제도의 사각지대가 줄어들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정 이사장은 전체 사고 건수가 2023년 19만3177건에서 지난해 21만1650건으로 늘었고, 특히 체육 수업 중 발생하는 사고가 많은 점을 감안해 ‘테마 통계 분석’을 통해 사고 유형과 발생 맥락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예방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 이사장 취임 이후 지난 2년 간 공제회의 무게 중심이 보상에서 사고 예방으로 이동했지만, 정 이사장은 공제회의 대응역량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공제중앙회는 인적 사고를, 교육시설안전원은 물적 사고를, 교육환경보호원은 환경·급식 등 위생 안전을, 어린이집안전공제회는 보육시설 안전을 각각 맡고 있는 등 학교 안전 관련 업무가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 이사장은 학교 원스톱 안전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학교안전공단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구조적 분절을 해소하고, 단일 창구를 통한 통합적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해법이 바로 학교안전공단"이라며 “단순히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학교안전을 국가 책임 아래 하나의 컨트롤 타워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자는 취지인 만큼, 국민적 공감과 정책적 논의가 함께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