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1번지에서 싹튼 야구 자율학습법”…서울 대치중 야구부, 강팀으로 성장한 특별한 문화

2025-08-17

‘대한민국 입시 1번지’로 불리는 서울 대치동에는 중학교 야구부가 있다. 바로 대치중학교 야구부다. 1981년에 창단된 이 팀은 올해 서울시 대회 준우승, 대통령배 3위 등 꾸준히 전국대회 4강, 8강에 진출하고 있는 야구 명문 중학교다. 박철홍 감독(55)은 “우리 선수들은 모든 걸 알아서 한다”며 “중학생이지만 거의 모든 것을 프로 선수처럼 자발적으로 움직이며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16일 강원도 인제군 야구장에서 열린 ‘하늘내린인제 우수중학교 초청 야구 페스티벌’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대치동에서 중학교 야구팀을 이끄는 방식을 소개했다.

박 감독은 “학생들이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한다”며 “즐겁고 자발적으로 기본기를 중심으로 운동하면서 다른 팀들이 두려워하는 팀, 무서워하는 팀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대치중 야구부 선수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한다. 선수들이 운동하고 싶으면 운동하게 하고 쉬고 싶으면 쉬게 한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맞춰주면, 하기 싫은 선수도 결국 운동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며 “원하는 대로 해주면 결국 본인들이 스스로 하려고 나선다”고 말했다. 감 감독은 또한 “감독이 큰소리를 치며 규율로 기강을 잡기보다는, 선수들이 스스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지 않고 팀워크에 저해되지 않는 선을 지키며 운동하고 있다”며 “나는 사실 얼굴만 무섭게 생긴 사람인데, 말수가 적다 보니 선수들이 알아서 주의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웃었다.

훈련은 오후에 한 번만 진행된다. 야구장은 여느 야구장보다 작다. 박 감독은 “내야에서는 수비 훈련, 상대적으로 길이가 긴 우익수 쪽에서는 외야 훈련, 별도로 마련된 배팅장에서는 타격 훈련, 실외 농구장에서는 기본기 훈련을 하는 등 시설을 쪼개서 돌아가며 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구부는 일주일에 이틀을 쉰다. 3일 훈련하고 하루 쉬고, 이틀 훈련하고 하루 쉬는 방식으로 프로야구 선수들과 비슷한 패턴을 따른다. 시험 기간에는 운동도 쉬고 공부에 집중한다. 박 감독은 “훈련 환경이 좋지 않고 기회도 적지만, 그만큼 선수들이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집중해서 훈련하기 때문에 기량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치중은 야구부 전용 버스가 없다. 이번 인제 페스티벌 기간에는 선수들이 부모의 개인 차량으로 인제에 모였고, 대회가 끝난 뒤에도 각자 해산했다. 인제에서도 부모와 함께 각자 숙소에 머물다가 훈련 및 경기 시간에 맞춰 운동장으로 모였다. 부모가 동행하지 못한 선수들은 친구의 부모 차량으로 이동하고 함께 숙소에 머물렀다. 박 감독은 “우리는 단체 합숙을 거의 하지 않는다”며 “두발 상태도 선수들 스스로 ‘학생선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자를 썼을 때 머리카락이 삐져나오지 않을 정도로 단정하게 정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치중 야구부 학생들은 다른 팀 학생들에 비해 밝은 편이다. 더그아웃에서 떠들고 서로 이야기하며 긴장하지 않는 모습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박 감독은 “야구부 학생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집중력 있게 자신을 스스로 제어하면서 자기 뜻에 따라 훈련하고 있다”며 “개인 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친구들과 스트레스 없이 지내기 때문에 이탈하는 선수나 학폭, 민원 등도 없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부모들도 훈련 중 공을 직접 주워주거나 다양한 음식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뒷바라지하며 팀 문화를 함께 만들고 있다”며 “이러한 문화가 정착되니 나 역시 감독으로서 큰 스트레스 없이 경쾌하고 즐겁게 지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신일중·고등학교와 고려대를 거쳐 LG 트윈스에서 10년간 뛰다가 은퇴했다. 2011년 성남고 투수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으며, 고려대 코치를 거쳐 현재 대치중을 이끌고 있다. 김휘집(NC), 오태양(NC·상무), 이민호(LG), 미국에서 활약 중인 최현일 등이 박 감독이 길러낸 대치중 출신 유명 선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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