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조직혈액관리원 통계
2024년 신장 등 기증자 3931명
기증 등록자도 15% ↓ 악순환
이식 대기자는 1년 전比 5.6% ↑…평균 6년 대기
‘췌도’는 평균 4211일 기다려
“의정갈등으로 이식기회 놓친 탓”
지난해 장기 등을 기증한 사람이 전년 대비 11%가량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래에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사람도 약 15% 감소해 장기기증 및 이식 부족 문제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5일 보건복지부 산하 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 최근 공개한 ‘2024년도 장기 등 기증 및 이식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장기 등을 기증한 사람은 3931명으로 전년 4431명 대비 11.3% 감소했다. 장기 등은 신장, 간장, 췌장, 심장, 폐, 소장, 말초혈(조혈모세포 이식 목적), 골수, 안구, 손·팔, 발·다리 등을 가리킨다. 구체적으로 뇌사 기증은 17.8%(483명→397명), 사후 기증은 73.7%(38명→10명) 감소했다. 주로 가족 간에 이뤄지는 생존자 간 기증자도 2339명에서 1980명으로 15.3% 줄었다.
기증자가 줄면서 장기 등 이식 건수도 지난해 5054건으로 1년 전보다 15% 줄었다. 뇌사 이식은 22.9% 줄었고, 사후 이식은 71.1% 감소했다.
이 때문에 작년 말 기준 장기 등 이식 대기자 수는 5만4789명으로 전년 대비 5.6% 증가했다. 조혈모세포·안구 등을 제외한 장기 이식 대기자는 올해 4월 기준 4만5595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평균 대기시간은 2193일(약 6년)에 달했다. 췌도(4211일)와 소장(3582일) 이식의 경우에는 기다리는 기간이 더 길었다.
인구 100만명당 뇌사 기증자 비율을 뜻하는 뇌사 기증률은 지난해 7.75명으로 1년 전보다 1.66명 감소했다. 한국의 뇌사 기증률은 미국(49.7명), 스페인(47.95명), 이탈리아(29.47명), 영국(19.22명) 등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장기기증 건수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미래에 뇌사 상태에 빠지거나 사망할 경우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등록한 사람은 지난해 7만563명으로 15.4% 줄었다.
이런 장기기증·이식 감소에는 지난해 2월 의·정 갈등의 영향으로 나타난 의료 인력 부족 사태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뇌사 판정 전후 가족과 상담이나 설득을 통해 기증 동의를 받는데, 지난해엔 전공의 사직 여파로 기존 의료진이 소진되면서 이런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정 갈등의 비극 중 하나는 마지막 생명줄이라고 할 수 있는 장기 이식의 기회를 놓친 환자가 많았다는 것”이라면서 “의료공백 사태로 환자가 죽지 않아야 할 뿐만 아니라 장기 이식으로 살 수 있는 환자가 죽는 일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장기기증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수가 조정과 홍보 계획 등을 담은 5개년(2026∼2030년) 종합계획을 다음 달 발표할 계획이다. 개정 장기이식법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5년마다 장기 등의 기증·이식에 관한 종합계획을 수립·추진해야 하는데, 이번 계획이 개정 이후 발표되는 첫 종합계획이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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