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FC 바르셀로나의 플레이는 흠잡을 데 없었다. 라민 야말과 레반도프스키 등 선수들의 발끝에서 나온 명장면이 연출될 때마다 팬들은 열광했고, 그라운드는 환호로 가득 찼다.
하지만 정작 이 세계적인 경기를 품은 대구는 역량 부족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스페인 명문 구단의 방한 경기라는 호재 속에서도 텅 빈 관중석과 K리그 최하위 대구FC의 수준 낮은 경기력, 그리고 지방 개최의 허점 등 문제점을 노출했다.

4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바르셀로나와 대구의 친선 경기는 극단의 감정이 교차한 한 판이었다. 팬들에게는 오랜 숙원이었던 '직관'의 기회였다. 바르셀로나 유니폼으로 차려 입은 팬들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었다. 시작 전부터 경기장 앞은 축제 분위기였다. 공항과 호텔까지 선수들을 따라다니며 사인을 요청하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그라운드도 분위기만큼은 월드컵급이었다. 하지만 막상 휘슬이 울리자 희비가 엇갈렸다. 바르셀로나는 야말을 중심으로 그라운드를 장악했고, 경기장을 완전히 지배했다. 반면 대구는 극단적인 수비 전략으로 일관했다. 공격은 실종됐고, 관중석에서는 답답하다는 탄식이 새어나왔다.

"이런 경기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팬의 탄식은 단순한 불만이 아니었다. 홈 팀의 실속 없는 경기력에 대한 질책이자, 답답함의 표현이었다. 90분 내내 이어진 일방적인 경기 흐름 속에서 골 세례를 퍼부은 바르셀로나는 세리머니조차 자제했을 정도로, 승부가 아닌 이벤트에 가까운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대회 홍보에 있어서도 대구는 바르셀로나에 졌다. 바르셀로나는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실시간 중계와 사진을 팬들에게 서비스했다. 반면 인터넷 최강국에 살고 있는 한국 팬들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미동도 없는 대구 홈페이지를 쳐다 보며 분통을 삭여야 했다.
대구시는 유치에 큰 의미를 뒀지만, 그 성과는 반쪽짜리에 그쳤다. 전좌석 오픈이 아닌 제한된 티켓 판매, 팬서비스 부재, 지역 팬 유입이 아닌 외지 팬 중심의 관중 구성은 "굳이 지방까지 내려와 이렇게 할 거였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관중석 일부는 비어 있었고, 분위기 역시 서울이나 전주에서 느껴졌던 열기와는 온도 차가 났다.

그럼에도 바르셀로나는 자기 할 일을 완벽히 했다. 팬들은 그들의 움직임 하나에 환호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해줘야 할 개최 도시와 홈팀의 준비는 한참 모자랐다. 이벤트는 만들었지만, 감동은 부족했다. 그리고 그 책임은 선수도, 팬도 아닌 이 경기를 개최한 쪽에서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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