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그리고 건강하게 나이 드는 법? 따뜻한 커리에서 시작된다 [쿠킹]

2025-05-29

아침과 점심을 겸한 식사를 뜻하는 브런치의 의미가 달라졌죠. 특정 시간이 아닌 하루 중 언제라도 좋고, 식사만이 아닌 그 시간까지 즐기는 것으로요. 이러한 ‘올 데이 브런치 문화’를 알리고 있는 김희경 카페 시트롱 대표가〈집에서 즐기는 카페 브런치〉를 통해 브런치 메뉴를 소개합니다. 메뉴에 담긴 이야기부터, 유명 카페 부럽지 않은 맛을 낼 수 있는 비법을 만나보세요.

집에서 즐기는 카페 브런치 ⑫ 렌틸콩 커리

나이를 먹어가며 점점 더 분명하게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예전처럼 아무거나 먹어도 괜찮던 시절은 지나고, 이제 몸은 훨씬 더 섬세한 배려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죠.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일을 넘어, 하루의 컨디션과 기분, 심지어는 생각의 선명함까지 바꿔놓는 중요한 행위라는 걸 이제야 실감하게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즘 들어 조금 더 천천히,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기 위한 식사법, 이른바 ‘저속 노화’ 식단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이렇게 말하곤 하죠. “그건 맛이 없잖아. 무슨 재미로 먹어.” 사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무미건조한 닭가슴살, 소금기 빠진 채소, 기계처럼 짜인 식단은 우리의 입맛과 마음을 쉽게 지치게 만들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저속 노화 식단이 꼭 그런 모습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전통 음식 속에야말로 수천 년을 견디며 입증된, 건강하고 맛있는 식사의 해답이 숨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음식도 그런 요리 중 하나입니다. 바로 인도 가정에서 즐겨 먹는 렌틸콩 커리, ‘달(Dal)’입니다. 달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퇴근 후 서둘러 집에 들어와 조용히 불을 켜고, 부드럽게 삶은 렌틸콩에 양파, 토마토, 향신료를 더해 한참을 저어가며 끓이는 순한 국물 요리예요. 마치 한국의 된장국처럼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고, 속이 편안해지는 ‘집밥’ 같은 음식입니다.

달은 고기가 없어도 충분히 깊은 맛을 냅니다. 비결은 향신료에 있습니다. 강황, 큐민, 마늘, 생강, 고수 같은 재료가 어우러져 비릿함은 잡고, 은은한 매운 향으로 속을 따뜻하게 데워줍니다. 입보다 속이 먼저 반응하는 음식, 어릴 적 감기 걸렸을 때 엄마가 끓여주던 죽처럼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맛이죠.

렌틸콩은 단백질과 식이섬유, 미네랄이 풍부하면서도 소화가 잘 되는 곡물입니다. 포만감이 오래가고 식사 후에도 몸이 가볍죠. 게다가 조리법도 어렵지 않습니다. 콩을 불리고, 부드럽게 삶고, 채소와 향신료만 더하면 끝. 한 번 끓여두면 며칠은 넉넉히 먹을 수 있어 바쁜 일상에도 부담이 없습니다. 삶은 렌틸콩을 소분해 냉동 보관해두면 커리뿐 아니라 샐러드나 밥에도 쉽게 활용할 수 있어요. 이 렌틸콩 커리를 먹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으면 합니다. “아, 나 지금 건강한 음식을 먹고 있는데, 이게 꽤 맛있다.” 그 작은 발견이 저속 노화를 향한 첫걸음이 될 수 있으니까요.

건강한 음식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어떤 특별한 규칙이나 제한이 아니라, 좋은 재료, 과하지 않은 조리, 그리고 내 몸에 맞는 방식을 찾는 일입니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음식을 넘어 나 자신을 더 잘 돌보는 법을 배웁니다. 오늘 저녁, 고기 대신 한 그릇의 렌틸콩 커리를 끓여보세요. 입은 부드러운 맛에, 속은 따뜻한 여운에 만족할 겁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 순간, 건강식에 대한 오래된 편견 하나가 스르르 녹아내릴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나를 위한 작고 따뜻한 습관 하나가 조용히 자리를 잡을지도요.

Today`s Recipe 김희경의 '렌틸콩 커리'

“렌틸콩 커리엔 취향에 따라 고수나 레몬즙을 더해보세요. 풍미가 더욱 풍성해집니다. 또, 퀴노아나 통밀빵, 구운채소, 요거트 등과 함께 먹으면 한끼 식사로도 든든합니다.”

재료 준비

재료 : 렌틸콩 1컵, 토마토홀 500g, 다진양파 200g, 생강 간것 1큰술, 마늘간것 1큰술, 올리브오일 3큰술, 큐민씨드 1작은술, 고춧가루 1작은술, 큐민파우더 1/2작은술, 고수씨파우더 1/2작은술

강황파우더 1/4작은술, 코코넛밀크 2컵

만드는 법

1. 렌틸콩은 찬물에 2시간 정도 불려 물을 뺀 뒤 렌틸콩 부피의 5배가량의 물에 소금 1작은술을 넣고 렌틸콩을 넣어 부드러워질 때까지 삶는다.

2. 렌틸콩이 삶아지면 체에 밭쳐 물을 뺀다.

3. 낮은 팬을 중약 불로 예열한 뒤 올리브오일을 넣고 큐민씨드가 갈색이 될 때까지 가열해 큐민의 향이 오일에 잘 우려 나오도록 한다.

4. ③에 양파를 볶다가 옅은 갈색이 되면 마늘·생강 간 것을 넣고 함께 볶는다. (5분 정도) 타서 눌어붙으려고 하면 물을 약간씩 더해 방지한다.

5. ④에 향신료(고춧가루·큐민파우더·고수씨파우더·강황파우더)를 넣고 타지않게 물을 살짝 더해가면서 2~3분 더 볶는다.

6. 토마토홀을 넣고 약불로 줄여 10분 정도 뭉근하게 끓여준다. 바닥이 눌어붙지 않도록 가끔 저어준다.

7. 블랜더로 곱게 갈아준 뒤 코코넛밀크를 넣고 끓기 시작하면 삶은 렌틸콩을 넣고 맛이 잘 베이도록 2~3분 끓여준다.

8. 소금으로 간을 해서 완성한다.

김희경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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