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형 한의학 박사가 쓴 『나이보다 열 살은 젊게 사는 오토파지의 비밀』
“생로병사에서 생로병병병사의 시대.”

책은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100세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늙어서 죽기까지 병든 시간만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2022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7세, 건강수명은 65.8년. 대략 17년 동안은 노화 관련 만성질환이나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책은 전반적으로 “오늘의 습관이 내일을 어떻게 바꾸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건강한 습관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사람이라면, 읽는 내내 뼈를 맞는 고통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한의학 박사인 저자는 가장 먼저 ‘나를 관찰하는 습관’을 강조한다. 전통 한의학 진단 방식인 망진(望診)의 중요성을 소개하며, 얼굴빛을 살피는 관형찰색은 물론 눈, 손톱, 머리카락, 귀 등 몸이 보내는 신호를 주의 깊게 보라고 조언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부위는 ‘눈’. “눈은 우리 몸 전체 크기의 375분의 1로 작지만,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 말할 정도로 중요하다.” 예를 들어, 눈 흰자에 붉은 점이 있다면 고혈압을, 눈동자 둘레가 달무리처럼 뿌옇다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의심해볼 수 있다.
질병에 있어 유전자와 습관 중 어떤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칠까. 저자는 ‘에피게놈(Epigenome)’ 개념을 통해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에피게놈이란 유전자가 켜지거나 꺼지도록 조절하는 정보, 즉 유전자의 스위치 역할을 한다. 같은 유전자를 가진 일란성 쌍둥이라도 살아가는 방식에 따라 유전자 발현이 달라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내가 지금 하는 나쁜 건강 습관은 나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자손에게도 유산처럼 남을 수 있다. 흡연이나 과식 같은 생활 방식은 내 DNA에 빨간 딱지를 붙이는 것과 같다.”
저자는 건강을 위해 우리가 실천해야 할 것으로 ‘오토파지(Autophagy)’, 즉 세포 재생 시스템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오토파지는 낡거나 손상된 세포를 스스로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시스템으로, 2016년 일본의 오스미 요시노리가 이 메커니즘을 밝혀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많은 질병이 단백질의 부산물이 쌓여 발생한다. 뇌와 신경 조직에 쌓이면 파킨슨병이나 치매를 유발하고 혈관에 쌓이면 혈전을 만들어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거나 전신 만성염증을 생기게 한다.
그렇다면, 우리 몸에 이런 시스템이 있음에도 병에 걸리는 이유는 뭘까. 문제는 오토파지가 아무 때나 작동하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토파지 시스템은 생명 유지에 문제가 생길 때만 작동하는 비상장치”라며, 이를 활성화하려면 몸이 영양적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간헐적 단식이나 평소보다 적게 먹는 것이 오토파지를 자극할 수 있다. 책은 이 밖에도 오토파지를 켤 수 있는 다양한 생활 습관과 실천법을 소개한다. 뇌 건강에 좋은 식단, 가볍게 따라 할 수 있는 운동법, 일상에서 건강을 되찾는 작지만 강력한 방법들이 쉽고 친절하게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