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스타, 키건 브래들리의 라이더컵 딜레마

2025-08-20

PGA 투어 선수 키건 브래들리(미국)는 2023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풀 스윙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2012년 라이더컵에서 유럽에 대역전패를 당한 미국 팀 멤버 중 한 명이었고, 이후 단 한 번도 라이더컵에 출전하지 못했다. 다큐멘터리에는 그가 절치부심하며 흘린 눈물과 다시 돌아오겠다는 각오가 담겼다. 브래들리는 “다시 팀에 합류해 우승한다면 가방을 열겠다”며 2012년 라이더컵 가방을 10년 넘게 봉인해 두기도 했다.

그러나 2023년 8월, 라이더컵 캡틴 잭 존슨은 포인트 랭킹 11위였던 브래들리를 제치고 16위였던 저스틴 토머스를 선발했다. 탈락 통보를 받은 뒤 낙담하는 그의 모습은 팬들의 동정심을 불러일으켰다.

2년이 흐른 지금, 브래들리는 다시 라이더컵 출전 여부의 기로에 서 있다. 달라진 점은 이번에는 그를 뽑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캡틴이 바로 브래들리 자신이라는 것이다.

타이거 우즈가 부상 등 이유로 캡틴직을 고사하자, 지난해 브래들리가 전격 발탁됐다. 그는 PGA 투어 내에서 ‘인싸’도 아니었고, 바이스캡틴 경험도 없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에서 보여준 라이더컵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높은 평가를 받아 선택된 것이다. 당시 패트릭 캔틀리의 ‘모자 게이트’ 등으로 미국 팀에 대한 여론이 나빴던 점도 한몫했다.

문제는 브래들리가 너무 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 시즌 그는 굵직한 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하며 선수로서도 충분히 선발될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찬반 논란이 거세다.

찬성론은 ^브래들리의 실력이 충분하고, ^62년 만에 ‘플레잉 캡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될 것이며, ^대회가 열리는 뉴욕 베스페이지 블랙은 그의 대학(세인즈 존스) 시절 연고지라 팬들의 응원도 높을 것이고, ^스코티 셰플러 등 동료 선수들의 지지도 두터우며, ^바이스 캡틴의 경험이 많아 맡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유럽팀의 로리 매킬로이는 “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만약 브래들리가 플레잉 캡틴이 되면 우리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리더십과 전략, 미디어 대응까지 책임져야 하는 현대 라이더컵 캡틴의 업무는 과거보다 훨씬 방대하다. 자신을 직접 선발할 경우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고, 부담이 커져 오히려 경기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라이더컵 미국 대표팀은 12명 중 6명은 포인트 랭킹으로 자동 선발되고, 나머지 6명은 캡틴이 선택한다. 브래들리는 처음엔 “자동 선발되지 않으면 뛰지 않겠다”고 말했다가, 최근에는 “팀에 필요하다면 나를 뽑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8월 20일 기준으로 스코티 셰플러, J.J. 스펀, 잰더 쇼플리, 러셀 헨리, 해리스 잉글리시, 브라이슨 디섐보가 포인트를 통해 자동 선발됐다. 남은 6명은 27일 브래들리가 직접 결정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그의 포인트 랭킹은 11위로, 2023년과 똑같은 위치다.

브래들리의 세계 랭킹은 13위로 양팀 합쳐 24명이 출전하는 라이더컵에 자신을 뽑아도 문제될 건 없다. 그러나 최근 두 대회에서 부진해 시즌 최종전에서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일각에서는 브래들리를 캡틴으로 선발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과거 라이더컵 캡틴들은 대체로 50세 안팎의 원로급 선수였지만, 브래들리는 아직 30대 후반으로 라이더컵 선수를 포기하기엔 너무 젊다는 지적이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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