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미국에 공장 지어도 생산 70%는 대만에서…"그게 바로 실리콘 방패"

2025-09-11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가 미국에 공장을 짓더라도 여전히 생산의 70%는 대만에서 이뤄질 겁니다. 그게 바로 대만의 실리콘 방패입니다."

지난 8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만난 롄셴밍(連賢明) 중화경제연구원 원장의 이야기다.

8일 외신 간담회에서 롄 원장은 "대만의 (인건비 등) 반도체 제조비용이 미국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면서 "70% 수준을 유지한다면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대만의 중요성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TSMC는 총 1650억 달러(약 228조 8055억원)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도체 주요 생산 거점이 대만에서 미국으로 옮겨가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TSMC가 '대만의 호국신산(護國神山·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이란 표현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짚었다. 중화경제연구원은 대만 정부에 각종 경제 정책을 제안하는 기관이면서도 독립성을 띠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와의 관세 협상 시뮬레이션도 연구원이 담당했다. 다음은 질의응답.

트럼프 정부와의 협상에서 대만은 어떻게 임하고 있나.

대만이 미국을 상대로 흑자를 내왔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 입장에선 불만이 있었다. 그렇다 보니 협상 여지는 많지 않았다고 본다. 대만은 트럼프 관세를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응해야 한다. 트럼프 임기는 아직 1000일이나 남았다. 대만은 이번 관세 협상을 계기로 미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동시에 미국 시장 진출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대만이 미국에 투자를 늘리는 또 다른 이유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투자·공급망 다변화를 하기 위해서다. 2010년 대만 직접투자(FDI)의 84%가 중국에 갔지만, 2024년엔 8%로 확 줄었다. 지난해 대만 FDI 규모는 440억 달러(약 61조원)였는데 이 중 140억 달러(전체의 32%)가 미국으로 향했다. 나머지 30%는 아시아(베트남·태국·말레이시아·인도 등), 나머지 30%는 체코·폴란드 등 동유럽 및 아프리카 등으로 갔다. FDI 다변화는 대만과 뜻을 같이하는 각국과 협력해 경제안보를 강화하려는 목표도 있다.

대만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은.

올해 대만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동기 대비 7.96% 늘었다. 인공지능(AI) 관련 수요가 늘어나고 미국 상호관세 시행 전 선(先)주문에 따라 수출이 개선된 덕분이다. 미국 상호관세 시행 유예기간이 다가오면서 고객들이 대만 반도체 등의 비축량을 늘렸다. 다만 올해 하반기에는 관세 여파로 성장률이 꺾일 전망이다.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4.55%, 2.4%다.

대만 경제의 강점과 약점은.

TSMC(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아수스(노트북) 등 제조업에 강한 기업이 많다. TSMC는 3nm·2nm(1nm는 10억분의 1m) 공정을 선도하면서 세계 첨단 반도체 물량의 90% 이상을 생산한다. 그러면서도 연간 매출의 3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해 기술 격차를 벌리려고 애쓰고 있다. 다만 반도체에 치우치지 않게 바이오·재생에너지 등 산업 다변화에도 주의하고 있다. 한국과 달리 대만은 문화 산업 분야가 약한 것은 단점이다. 또 청년층이 평생 내 집 마련이 어려울 정도로 부동산에 대한 불만이 높은 것도 리스크 요인이다.

중화경제연구원은

대만의 경제 및 산업을 연구하는 대표 싱크탱크다. 1981년 7월 1일 공식 설립됐으며 한국의 KDI와 기능이 비슷하다. 그간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을 비롯해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 올리버 하트 하버드대 교수, 에릭 매스킨 하버드대 교수,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 등 노벨상 수상자들이 다수 방문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