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카카오도 산소가 필요하다

2025-10-30

검찰이 28일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를 받던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1심에서 무죄를 받은 것과 관련해 결국 항소했다. 항소 기한의 마지막 날, 검찰이 끝내 항소를 선택하면서 카카오는 중장기 리스크를 다시 떠안게 됐다.

김 창업자에 대한 선고 결과는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 올 8월 결심공판 당시 검찰이 김 창업자에 징역 15년과 벌금 5억 원을 구형하면서 업계에서는 김 창업자가 무죄판결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김 창업자의 손을 들어준 데는 검찰의 주장에 빈틈이 보여서다. 재판부는 “카카오가 SM엔터 경영권 인수를 고려한 것은 맞지만 반드시 인수해야 할 만한 상황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검사가 주장하는 증거들만으로 시세조종 공모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논란이 지속되는 동안 카카오가 인공지능(AI) 골든 타임을 사실상 놓쳤다는 점이다. 김 창업자가 올해 초 건강 등의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는 했지만 카카오 내부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창업자의 결단이 필수적인 대규모 투자에 제동이 걸리면서 카카오는 글로벌 시장은 물론, 국내에서조차 AI 후발 주자가 돼버렸다. 실제로 네이버, LG AI연구원 등이 AI 에이전트(비서) 개발에 특화된 추론 모델을 선보였지만 카카오의 관련 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카카오가 오픈AI와의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것 또한 회사가 현시점에서 취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지를 고른 것이나 동시에 자체 AI 서비스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사실을 카카오 스스로도 어느 정도 인정한 셈이다. 이 또한 AI 열풍이 불던 최근 3년 동안 카카오는 법정 갈등 해소에 집중한 까닭으로 해석된다.

우선 한숨 돌린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톡에 ‘챗GPT’와 자체 개발 온디바이스 AI ‘카나나’를 접목하는 등 AI 기업으로의 도약에 나섰다.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 해소에 매달리는 것은 ‘AI 3대 강국’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정부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꺼져가는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는 물을 끼얹는 것이 아닌 산소를 주입해줘야 한다. 카카오에도 법정 소모전이 아닌 지원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