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크립토의 시간이 왔다(Crypto's time has come)."
지난 9월 10일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글로벌 금융시장 원탁회의에서 폴 앳킨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이 같이 말했다.
이날 그는 "대부분의 디지털자산(가상자산) 토큰은 증권이 아니며, 우리는 그 경계를 명확히 그을 것"이라며 "기업가들이 끝없는 법적 불확실성 없이 온체인에서 자본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슈퍼 앱 거래 플랫폼 혁신을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플랫폼이 거래, 대출, 스테이킹을 단일 규제 우산 아래에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지난 4월 미국 SEC의 34대 위원장으로 취임한 폴 앳킨스는 도널트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친(親) 가상자산 정책을 실행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앞서 가상자산을 '철부지' 취급하면서 사실상 배척한 게리 겐슬러 전 위원장과는 다른 행보였다.
겐슬러, 집행 통한 규제로 옭아매
당시 겐슬러 위원장은 "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가상자산은 증권"이라며 "비트코인 현물 거래와 상품·서비스에 대한 결제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가상자산 거래가 SEC 관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만일 겐슬러 위원장의 말대로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규정할 경우, 기존 코인베이스 등 거래소에서 대규모 상장폐지를 시작으로 막대한 벌금과 함께 SEC가 이를 전적으로 통제할 수 있었다.
여기에 그는 가상자산을 임의로 증권으로 분류하고 명확한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직면했다. 특히 '집행을 통한 규제' 접근 방식을 택했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겐슬러의 지휘 아래 SEC는 리플, 바이낸스, 크라켄 등 수많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는데, 미국 블록체인 협회 데이터에 따르면 SEC는 2023년까지 가상자산 기업을 상대로 104건의 집행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상황은 앳킨스의 등장 이후 180도 변화했다. 2002년부터 2008년까지 SEC 위원을 지낸 그는 이후 금융컨설팅사 파토맥 글로벌 파트너스를 설립하고 토큰 얼라이언스 공동 의장, 가상자산 발행 플랫폼 시큐리타이즈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업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앳킨스 취임 직후부터 가속 페달
앳킨스는 취임 나흘째인 4월 25일 SEC 본부에서 열린 첫 공개 행사로 가상자산 보관 관련 크립토 태스크포스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SEC가 가상자산 규제의 명확성을 제공하기 위해 2025년 3월부터 시작한 연속 공개 토론회다. 이를 통해 헤스터 퍼스 SEC 위원이 이끄는 크립토 태스크포스와 협력해 백악관 실무그룹 권고사항을 신속히 이행하도록 했다.
지난 5월 12일 기조연설에서 앳킨스는 "과거 수년간 SEC는 먼저 머리를 모래에 묻는 접근법을 추구했다"며 "그다음에는 먼저 쏘고 나중에 질문하는 집행을 통한 규제 방식을 택했다"고 겐슬러의 행보를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한 대로 미국이 지구상의 크립토 수도가 되려면 위원회가 혁신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은 달 19일 SEC 스피크스 컨퍼런스에서는 "SEC에 새로운 날이 밝았다"며 "가상자산의 발행, 보관, 거래에 대한 명확한 규칙을 마련하면서 악의적 행위자들의 법 위반을 계속 저지하는 것이 핵심 우선순위"라고 재차 강조했다.
소송 종결···겐슬러 시대 지우다
앳킨스 체제에서 SEC는 겐슬러 시대에 진행한 주요 소송들을 잇따라 종결했다. 지난 2월 코인베이스에 대한 민사 집행 소송을 기각했고, 5월에는 바이낸스 소송도 종료했다. 지난 8월에는 5년간 지속된 리플랩스와의 법적 분쟁도 마무리됐다.
또 앳킨스는 지난 7월 31일 워싱턴 DC 아메리카퍼스트정책연구소에서 '프로젝트 크립토(Project Crypto)'를 출범시켰다. 이는 미국 규제 프레임워크를 현대화하고 미국을 가상자산 시장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포괄적인 계획이다.
프로젝트 크립토는 네 가지 핵심 우선순위를 제시했다. 우선 SEC 직원들에게 가상자산이 증권인지 투자계약의 대상인지를 판단하는 명확한 가이드라인 초안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초기코인공개(ICO) ▲에어드랍 ▲네트워크 보상 등이 그 대상이다.
디지털자산 보관 규칙 현대화도 명시했다. 앳킨스는 등록자들이 가상자산 보관에 대해 더 큰 선택권을 제공받고, 투자자문업법과 투자회사법상 '적격 보관기관' 규칙에 해당하는 보관기관 유형을 명확히 할 예정이다.
끝으로 탈중앙화금융(디파이) 수용과 '슈퍼 앱'을 통한 포괄적 금융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삼았다. 그는 거래소 같은 가상자산 중개업자가 포괄적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하고, 시장 참여자와 가상자산 중개업자가 한 지붕 아래서 증권과 비증권을 모두 보관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알트코인 현물 ETF 가속화 될까
앳킨스 체제 아래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난달 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공동 성명을 통해 SEC 및 CFTC 등록 거래소들이 특정 가상자산 현물 상품 거래를 촉진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 셧다운이 해제될 경우 연말에 현물 ETF가 연달아 출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현재 70개 이상의 가상자산 관련 ETF 신청서가 검토 대기 중이며, 도지코인, 솔라나, 리플 등이 포함돼 있다.
블룸버그 ETF 분석가들은 리플, 도지코인, 카르다노 현물 ETF가 올해 안에 승인될 가능성이 90% 이상이라고 전망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 셧다운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향후 다양한 알트코인에 대한 ETF 출시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본시장연구원도 "올해 9월 SEC는 '일반 상장 기준'을 도입해 개별 심사를 사실상 면제하고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며 "가상자산 ETF 시장의 빠른 성장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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