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규·판례] ‘굽기’가 뭐길래…냉동 구운 토마토, 품목분류 뒤집힌 사연

2025-11-17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오븐 열처리를 거친 ‘냉동 구운 토마토’의 품목분류를 두고 수입업체와 인천세관이 분쟁을 벌였다.

쟁점이 된 물품은 2018년 2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수입된 두 종류의 냉동 구운 토마토다. 하나는 반쪽 방울토마토를 설탕물에 침지한 뒤 오븐에서 열처리한 후 냉동한 제품, 다른 하나는 토마토를 원반 형태로 절단해 오븐에서 열처리한 후 냉동한 제품이다. 업체는 최초에 HSK 2002.10‑0000호로 신고해 FTA 양허세율(6.4~6.8%)을 적용받았고, 세관은 이를 수리했다.

이후 세관의 자율점검 안내와 원산지 서면조사를 거쳐, 품목분류 사전심사에서 0710.80‑9090호에 해당한다는 회신이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세관의 경정·고지가 이어졌고, 이에 불복한 업체는 2023년 4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 냉동 구운 토마토, 품목분류 쟁점은?

이번 분쟁의 핵심은 오븐 열처리를 거친 냉동 토마토를 일반적인 냉동채소(HSK 0710.80‑9090)로 볼지, 아니면 조제품(HSK 2002.10‑1000)으로 볼지다.

전자는 ‘조리하지 않은 것 또는 물에 삶거나 쪄서 조리한 것’만 포함되며, 그 밖의 방법으로 조리한 채소는 제외된다. 반면 후자는 제7·8·11류에 규정되지 않은 방법으로 조제·보존 처리한 채소를 포괄한다. 즉, ‘굽기(로스팅)’가 인정되면 7류가 아닌 20류가 된다.

◆ 업체 “오븐에서 굽기 공정 거친 조제품…20류가 맞다”

업체는 회전식 오븐에서 일정 온도·시간으로 열처리한 뒤 급속 냉동한 조제품이라며 제2002호 분류를 주장했다. 관세율표 제0710호는 ‘조리하지 않거나 물에 삶거나 쪄서 조리한 채소’만 포함하고, “제7류에 규정되지 않은 방법으로 조제·보존 처리한 채소는 제20류에 분류한다”는 HS 해설서 총설을 근거로 들며, ‘굽기’는 7류의 삶기·찌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업체는 경도·명도·색상·라이코펜 변화 등 열처리로 인한 물성 변화가 시험 결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내외 사례에서도 구운 파인애플, 구운 마늘, 오븐 반건조 토마토 등이 일관되게 20류로 분류돼 온 점을 들어, ‘굽기’는 7류에서 상정하는 삶기·찌기와는 조리 방식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 세관 “수분·외관 차이 미미…일반적 ‘굽기’로 보기 어려워 0710호”

반면 세관은 쟁점 물품이 사실상 조리되지 않은 냉동채소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오븐 온도가 150℃ 미만이고 표면에 뚜렷한 탄화(그을림) 흔적이 관찰되지 않으며, 수분·단백질 함량과 외관·맛이 신선 토마토와 유의한 차이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세관에 따르면 문헌상 ‘굽기’는 통상 150℃ 이상의 건열로 수분을 더하지 않고 가열하는 조리법이다. 하지만 쟁점 물품은 그 수준에 미달하며, 자체 실험에서도 가열 온도·시간을 달리해도 수분 함량이 생과일의 통상 범주에 머물렀다고 했다.

또한 제0710호 해설은 냉동 전에 설탕을 가한 채소도 0710호에 포함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물품은 ‘조리하지 않은 냉동채소’ 또는 그에 준하는 범주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세관은 업체가 제출한 오븐 설명서와 공정표 사이에 기술 내용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공정 자료의 신뢰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조세심판원 “굽기 공정 인정…‘조리 후 냉동’ 제품, 20류 타당”

조세심판원은 쟁점 물품의 색·형태·식감 변화를 열처리의 결과로 보고, 탄화 흔적이 적은 것은 납품처 요구에 따라 탄화된 조각을 선별·제거했기 때문이라는 업체 소명이 신빙성 있다고 판단했다.

오븐 열처리는 ‘굽기’에 해당하고, 설령 가열 온도가 일반적인 굽기 기준보다 다소 낮더라도 이 물품이 피자 토핑용으로 조리된 후 냉동된 제품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굽는 방법으로 조리한 채소·과일은 원칙적으로 20류로 분류해 온 국내외 사례 경향도 함께 고려했다.

결국 심판원은 쟁점 물품을 오븐 ‘굽기’로 조리한 뒤 냉동한 조제품으로 보아 HSK 2002.10-1000호 분류가 타당하다고 판단하고, 세관이 경정·고지한 부과처분을 취소했다.

[참고 심판례: 인천세관-조심-20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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