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구단주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 2011년 제9구단 창단 승인을 받은 직후 야구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자신을 지금까지 이끈 영웅으로 ‘무쇠팔’로 추억되는 ‘레전드’ 고(故) 최동원을 떠올렸다. 김 구단주는 “최동원 선수가 보여준 투지와 멋진 모습은 지금의 내가 성장할 수 있는 힘이 됐다”고 했다. 김 구단주는 2020년 NC가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 뒤에도 직접 고(故) 최동원의 유골이 안치된 납골당을 찾아 챔피언 트로피를 고인의 영정 앞에 놓고 “언젠가 꼭 우승트로피를 최동원 영웅과 함께 들고 싶었다”는 말로 우승의 영광을 함께했다.
NC의 창단 정신은 어쩌면 최동원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를 앞두고 벌어진 구창모 사태를 두고는 NC가 과연 초심을 유지하며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지에 대한 물음표가 생길 수밖에 없다.
NC 좌완 에이스 구창모는 최근 KBO가 발표한 WBC 대표팀 1차 사이판 캠프 명단에서 빠졌다. 전력강화위원회는 구창모를 필요한 자원이라고 판단했고 선수도 참가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구단은 선수 건강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구창모는 워낙 부상이 잦았던 선수다. 2016년 데뷔 이후 한 번도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올해 상무 전역 뒤로도 팔꿈치 통증으로 1군 복귀가 늦어졌고, 9월7일 1군 복귀전을 시작으로 올해 정규시즌 4차례 등판해 14.1이닝 밖에 던지지 않았다. 구단의 우려도 이해 가능한 지점이다.
구창모가 2월 초 확정되는 대표팀 최종 명단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NC는 그때가서도 구창모의 대표팀 차출에 대해서는 지금과 같은 의견을 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대표팀 입장에서도 굳이 논란의 불씨가 생길 선수를 데려갈 이유가 없다.

다만 대표팀 차출의 형평성을 두고는 파장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WBC가 아닌 군 면제가 걸린 아시안게임이었다면, 그리고 군 미필 선수가 대상이었다면 NC가 똑같이 ‘난색’을 표시했을지 의문이다.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리는 WBC는 시즌 팀 성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핵심 선수들의 대표팀 차출에 각 팀이 느끼는 부담이 크다. 무작정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이런 ‘기피’가 자칫 몇몇 추가 사례로 이어진다면 대표팀 전력 약화는 불보듯 뻔하다.
구창모 외에도 대표팀에 합류가 예상되는 선수들 상당수가 크고 작은 부상 이력이 있지만 일단 대표팀 훈련에 참가한다. 대표팀 에이스로 평가되는 원태인(삼성), 문동주(한화)도 지난 한 시즌 부상이 있었고 적지 않은 이닝을 소화했음에도 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KIA 핵심 전력 김도영의 세 번의 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한 뒤 태극마크를 달았고, 내년이면 42세가 되는 베테랑 불펜 투수 노경은(SSG)도 사이판행 비행기에 오른다.
NC 구단의 대처도 세련되지 못했다는 시각도 있다. 관리가 필요하지만 이미 부상에서 회복한 선수인 만큼 처음부터 대표팀 차출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기 보다 2월 대표팀 본 캠프까지 훈련하면서 구위와 컨디션을 지켜보며 최종 대표팀 합류 여부를 결정했어도 된다.
구창모는 정규시즌 때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지만 삼성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선발로 나가 6이닝을 1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좌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대표팀에 큰 힘이 될 수 있는 경기력이다.투구수 제한이 있는 WBC에서 투수들이 많은 공을 던지지 않는 만큼 대표팀에서 관리를 받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 수 있다.
2년 전 WBC에서 부진(2경기 1.1이닝 3피안타 1탈삼진 2실점)했던 구창모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기회만 온다면 다시 만회하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다. 불러만 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번 WBC 출전을 통해 반쪽 짜리 선수 이미지를 벗고 싶다는 의지가 강해 보였다. 그런데 NC 구단의 이번 판단이 팀의 에이스를 오히려 반쪽짜리 선수로 낙인을 찍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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