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골프공 한 개보다 훨씬 크다”… 디 오픈 앞둔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의 철학적 성찰

2025-07-16

“내가 왜 이 대회를 이토록 간절히 이기고 싶을까? 매일 이 질문과 싸우고 있어요.”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영국 북아일랜드 로열 포트러시에서 열리는 제153회 디 오픈(총상금 1700만 달러)을 하루 앞두고 16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골프와 인생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성찰을 털어놓았다.

링크스 코스에서 플레이 하는 전략이나 소감 등으로 가벼운 문답을 이어가던 셰플러는 “지금껏 가장 오래 축하한 우승과 가장 뼈아팠던 패배는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에 동떨어진 대답으로 성공과 실패의 덧없음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이야기 했다.

“올해 (고향 텍사스에서 열린) CJ컵 바이런 넬슨을 끝내고 그런 말을 했어요. 인생 전체를 바쳐 대회 우승을 위해 노력했는데, 결국 그 희열은 몇 분밖에 안 간다고요. 우승의 기쁨은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끝나고 ‘오늘 저녁은 뭐 먹지’ 이런 생각이 들어요. 삶이 계속되는 거죠.”

그는 지난해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기자회견에서도 “올림픽 금메달이 스포츠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일인가”라는 질문에 “솔직히 레거시에 관심이 없어요. 결국 우리는 모두 잊혀지게 돼 있죠”라는 허무주의적 대답을 내놓았었다.

셰플러는 이어진 인터뷰에서 “난 약간 이상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며 “목표를 이루기 위해 훈련하고 꿈을 따르는게 좋지만 가끔은 이 모든 게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 제가 말이 되고 있는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라고 반문한 그는 “골프는 제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이지만 마음 속 깊은 곳의 갈망까지 채워주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 디 어슬레틱은 “늘 많은 말을 하지만 실질적인 이야기는 피하던 셰플러가 이번에는 진지하게 무엇을 말하려는 태도였다”고 묘사하며 “그가 오늘 말한 진심은 오래도록 따라다닐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 173주 중 148주 세계 1위. 마스터스 2승과 PGA 챔피언십 우승. 상금 1억 3000만 달러를 돌파한 선수’인 그도 우리와 똑같이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셰플러는 “골프에 앞서 중점을 두는 가치는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는 것”이라며 “만약 골프가 가정의 행복에 영향을 주는 순간이 온다면 그 때는 은퇴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골프에서의 성취보다 가정과 신앙 등이 훨씬 더 중요한 최우선 가치라는 신념을 재확인한 말이다.

셰플러는 마지막으로 “골프에서 제가 이룬 성취와 위치에 대해 깊은 감사와 존중을 갖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꼭 알아주셨으면 한다. 인생은 골프공 하나보다 훨씬 더 커요”라며 회견을 끝냈다.

AP통신은 “로리 매킬로이가 그랜드슬램 달성 이후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듯이 셰플러도 그런 고민을 털어놓았다”고 전했고, 디 어슬레틱은 “자신의 정체성을 골프 세계 1위에 묶지 않는 능력이 셰플러를 세계 최고 골프선수로 만든 이유인지도 모르겠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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