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년기에 발병하기 쉬운 무릎 퇴행성 관절염은 통증 때문에 평소 자세와 생활습관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관절염으로 삶의 질이 떨어져도 ‘걱정시키기 싫다’는 이유로 치료는커녕 내색조차 하지 않으려는 어르신이 있다면 평소 걷고 움직이는 모습과 무릎의 상태를 유심히 살펴보고 치료를 권유하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들면서 무릎 안쪽 연골이 닳아 염증이 생기는 무릎 퇴행성 관절염은 통증을 비롯해 다양한 증상을 유발한다. 통증을 줄이기 위해 걷는 자세도 바뀌면서 이상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 전과는 달리 걸음걸이가 바르지 못하고 걷다 서다를 반복하거나 절뚝거리는 모습을 보인다. 잘못된 보행 자세가 장시간 지속되면 척추 건강까지 위협하며 무릎도 더 빠르게 나빠질 수 있다.
무릎에는 걷거나 서 있을 때 체중의 75~90%가 쏠리는 데다 이미 마모된 연골은 자연히 회복되지 않으므로 퇴행성 변화가 나타난 초기부터 치료해야 한다. 특히 걸을 때는 관절의 구조 때문에 무릎 안쪽에 힘을 많이 받으므로 관절염도 안쪽부터 진행된다. 아프지 않게 걸으려 걷는 자세를 조정하다 보면 내측의 연골만 더 빠르게 닳으며 관절염이 심해진다.
이런 징후는 곧았던 다리가 O자로 변형되는 모습에서 감지할 수 있다. 노인의 무릎 주변이 흔히 말하는 ‘O자 다리’로 바뀌면 만졌을 때 통증도 무릎 안쪽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무릎이 붓는 증상도 흔하다. 그밖에도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자리에서 일어설 때 주변 사물을 짚고 움직인다면 관절염 때문일 수 있다. 일어선 직후 잘 걷지 못하거나 무릎에 힘이 빠져 주저앉을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잠들기 전에 통증이 심해지고 자다가도 아파서 잠을 설칠 정도라면 심각한 상태다. 반대로 이렇게 통증이 심하진 않더라도 평소 무릎이 삐걱거리는 느낌이 들거나 움직일 때 소리가 나면 역시 관절염이 더 진행될 위험이 있다.
초기 퇴행성 관절염이라면 체중을 줄이고 약물치료나 연골 주사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런 치료로는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중기 환자라면 신의료기술인 자가혈소판 풍부혈장 주사치료 등 통증을 완화하고 연골 재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법을 시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연골 손상이 내측으로 집중됐다면 휜다리를 교정하는 근위경골절골술 치료법도 있다. 하지만 연골 손상이 심한 말기 관절염으로 진행된 경우엔 인공관절 치환술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정구황 바른세상병원 관절센터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만성적인 무릎 통증으로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 심혈관계 질환이나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 경우 가족들이 관심을 보일수록 조기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면서 “무릎 통증을 나이 들면 생기는 병이라고 치부해 방치하거나 혼자서 고통을 참다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자식들 부담될까 아픔을 참기보다는 무릎 건강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