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해둔 작은 준비 ‘생존배낭’…재난 속에서 생명을 지키는 ‘큰힘’

2025-06-01

‘설마 우리나라에서, 설마 나에게, 설마 무슨 일이 생기겠어?’라고 생각하지만 그 ‘설마’가 ‘아차’로 이어지는 건 한순간이다. 장마철을 앞두고 책 ‘생존배낭’을 쓴 우승엽 생존21-도시재난연구소 소장을 만나 나를 지켜줄 생존배낭 만드는 방법을 배워봤다. 텔레비전 속 재난 상황을 보며 ‘생존배낭 하나쯤 있어야 하는데’ 하면서 계속 미뤄왔다면 이참에 준비해보자.

생존배낭은 배낭에 꾸린 물품으로 72시간까지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안전한 대피 장소에 도착할 때까지만 버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생존배낭을 준비할 때는 ‘작고 가볍게’를 기억해야 한다. 가방을 메고 뛰어야 할 수도 있으니 욕심부려 지나치게 많은 물건을 담아서는 안된다. 또 같이 사는 가족이라도 유사시엔 서로 떨어질 수 있으니 어른부터 아이까지 따로 하나씩 준비하는 게 좋다.

생존배낭에선 어떤 물건이 가장 중요할까? 물과 먹을 것을 떠올리기 쉽지만 우 소장은 의외로 ‘보온용품’을 꼽았다.

“여름에도 밤이나 새벽에는 기온이 급격히 낮아져요. 비나 이슬을 맞으면 체온이 더 빨리 떨어지게 되고요. 추위에 오래 노출돼 저체온증에 걸리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우 소장은 은박담요를 추천했다. 은박담요는 몸에서 발산하는 열을 가두는 동시에 방수·방풍 기능이 있어 체온 유지에 용이하다. 빛을 받으면 반짝이기 때문에 긴급 SOS를 보내기도 좋다. 한장에 1000원이면 구입할 수 있고 가벼운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얇아서 찢어지기 쉽고 발열 기능은 없기 때문에 일반 담요도 함께 챙긴다.

담요 외에도 모자와 마스크, 장갑을 준비하자. 몸의 온기는 머리를 통해 가장 많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모자와 마스크는 필수다. 장갑은 손 시림을 방지할 뿐 아니라 위험한 물체로부터 손을 보호한다. 두툼한 작업용 장갑이면 더 좋다. 여분의 양말도 구비한다.

“‘생존 333’ 법칙이 있습니다. 숨을 쉬지 않고는 3분, 물 없이는 3일, 밥을 먹지 않고는 3주밖에 살지 못한다는 뜻이죠. 체온 유지 다음으로 중요한 게 물이에요.”

우 소장은 물의 양은 2ℓ를 기본으로 하되 무게가 많이 나가니 체력에 맞게 조절하라고 조언한다. 또 2ℓ짜리 하나보다 500㎖짜리 병 4개를 챙기는 게 좋다. 마시고 나서 빈 병을 하나씩 버리면 가방 부피를 줄일 수 있고, 주머니에 넣거나 손에 들고 다니기도 용이하다.

그다음은 식량이다. 라면은 비상식량의 대명사로 통하지만 유통기한이 6개월 정도로 짧아 자주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하지만 고된 피난 생활 중 뜨끈한 라면 한그릇은 몸과 마음에 큰 위안이 되니 한두개 정도 넣어두자. 쿠키류는 조리할 필요가 없고 유통기한이 길면서 열량이 높아 최고의 비상식량으로 꼽힌다. 부피는 작지만 당이 많고 열량이 높은 커피믹스도 훌륭한 비상식량이 될 수 있다. 2022년 경북 봉화에서 광산 매몰사고가 발생했을 때 광부들이 커피믹스를 물에 타 마시며 생존했다지 않은가. 참치통조림은 유통기한이 최대 7년으로 길고 데우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온용품과 식량을 챙겼다면 이제 간단한 생존용품 차례다. 라이터, 접이식 칼, 손전등, 휴대전화 충전기 및 보조배터리, 휴지가 있다. 신분증과 현금, 평소 먹는 약도 잊지 말자. 여기까지가 ‘기본형 생존배낭’이라면 ‘완비형 생존배낭’엔 몇가지가 더 추가된다. 바닥에 깔 수 있는 담요, 휴대용 정수기, 전투식량, 무전기, 건전지, 고체연료, 휴대용 손난로 등이 있다. 홍수 위험지역이라면 구명조끼를,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곳에서는 안전모를, 북한 접경지는 방독 마스크를 준비해두면 좋다.

생존배낭은 등에 메는 형태가 아닌 캐리어나 조끼, 소형 가방으로도 준비할 수 있다. 캐리어엔 차량으로 대피할 때 무게가 나가는 분유, 커다란 담요, 코펠과 생수 등을 넣으면 좋다. 조끼엔 커피믹스·손전등·무전기와 접이식 칼 등 가벼운 물품을 넣어 입으면 양손이 자유로워지고 비상상황에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평소 들고 다니는 가방엔 커피믹스, 은박담요, 차량 탈출용 비상 망치 등을 챙기면 좋다.

“생존배낭은 위급할 때 바로 들고 나갈 수 있도록 현관 앞에 두는 게 좋아요. 자동차 트렁크 안에도 넣어두고요. 1996년 특전사에 복무하던 시절 북한 잠수함이 동해안으로 침투한 일이 있었습니다. 미리 싸둔 배낭을 메고 긴급히 출동했죠. 재난은 언제 어디서 닥칠지 모릅니다. 평소 해둔 작은 준비가 재난 속에서 생명을 지키는 큰 힘이 될 겁니다.”

평택=황지원 기자 suppor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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