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서 2025 세계민주주의포럼
권위주의 국가화 국제적 현상
세계인구 4분의3 권위주의체제 살아
美, 트럼프 취임 후 표현의 자유 위축
자유민주주의→선거권위주의로 후퇴
민주주의 회복탄력성 주목
언론·사법 제 기능하면 위기도 견뎌
韓 ‘계엄사태 극복’ 모범사례로 꼽혀
올들어 ‘권위주의화 진행’ 지적받기도
AI는 체제의 毒인가 藥인가
생성형 AI의 가짜뉴스·환각 최대 위협
“AI로 취재 정보 제공하고 소통 확대
민주주의 되레 진전시킬 도구 활용을”
“지금은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3이 권위주의 체제 아래 살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 사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스태판 린드베리 스웨덴 예테보리대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Dem) 소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평의회에서 열린 2025 세계민주주의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포럼은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까’를 주제로,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80개국 1200명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린드베리 소장은 “1990년대 중반에는 71개국이 동시에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지만, 최근 25∼30년 동안 권위주의 체제로 회귀하는 국가 수가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권위주의화하는 국가에서는 허위정보 확산과 정치적 양극화가 증가하고, 민주화 국가에서는 감소한다”며 “미국은 더 이상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를 충족하지 못한다. 헝가리, 터키 등과 함께 ‘선거 권위주의’ 체제에 속한다”고 했다. 선거 권위주의는 행정부 선출을 위한 다당제 선거가 형식적으로 존재하지만, 표현의 자유 등 핵심 민주주의 요건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체제다.

◆트럼프발 민주주의 위협… 글로벌 불만↑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는 전 세계 179개국의 정치 체제를 △자유 민주주의 △선거 민주주의 △선거 권위주의 △폐쇄적 권위주의 네 단계로 분류한다. 연구소가 지난 3월 발표한 ‘민주주의 보고서 2025’에서 미국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 속했지만, 몇 개월 만에 크게 후퇴한 것이다. 린드베리 소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 동안의 행보와 트럼프 행정부가 취한 모든 조치를 분석했다”며 “전반적으로 모든 민주적 규범, 제도와 절차에 대한 정면 공격”이라고 강조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는 현상도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 한국·미국·일본 등을 포함한 12개 고소득 국가의 국민 64%가 자국에서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로라 실버 퓨리서치센터 부국장은 “불만족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권력을 쥔 엘리트 계층과 관련이 있다”고 해석했다. 실버 부국장은 “자국 민주주의 개선 방안에 대한 개방형 질문을 했을 때 거의 모든 국가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이 ‘엘리트 교체’였다”며 “많은 사람이 자국 선출직 공직자 전부가 정직하지 않거나 일반 국민의 필요를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매우 소수만 그렇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韓, 민주주의 회복·권위주의화 동시에
이번 포럼에서 한국은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보여준 사례로 등장하기도 했다. 국제정치 분야 석학인 다나카 아키히코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이사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언급하며 “국회의 반대로 계엄령이 철회됐고, 국회는 대통령을 탄핵했다.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결정을 지지했고, 평화롭고 공정하게 대통령 선거가 실시돼 새 정부가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세네갈·스리랑카·말라위의 정권 교체 사례도 제시됐다. 다나카 이사장은 민주주의 제도의 회복 탄력성을 만들어내는 요소로 언론의 자유와 독립적인 사법부를 꼽았다. 그는 “제대로 기능하는 저널리즘과 사법부가 있다면 민주주의 제도가 흔들리더라도 견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에서는 한국을 권위주의화가 진행 중인 나라로 소개했다. 2024년 보고서에서 한국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됐지만, 올해는 한 단계 아래인 선거 민주주의 국가에 속했다. 선거 민주주의는 자유롭고 공정한 다당제 선거 및 참정권, 표현·결사의 자유 등이 보장되는 체제를 뜻한다. 자유 민주주의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행정부에 대한 사법부·입법부의 실질적 견제, 시민적 자유 보호, 법 앞의 평등 보장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AI, 민주주의에 위협 아닌 도움 되게”
인공지능(AI)은 이번 포럼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 중 하나였다. 마이클 오플래허티 유럽평의회 인권위원은 “온라인 참여 민주주의의 문제는 시민들의 정당한 목소리가 거짓, 허위정보와 경쟁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AI가 생성하는 허위정보와 환각이라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고, 우리는 여기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실버 부국장도 “지난해 처음으로 AI를 다룬 글로벌 설문조사를 시행했다”며 “AI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했다.
포럼 둘째날인 6일 ‘AI와 민주주의’를 주제로 열린 세션에서는 민주주의의 ‘위기이자 기회’로서 AI의 역할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세계적인 보안 전문가 브루스 슈나이어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는 ‘조건부 낙관론’을 제시했다. 그는 “챗봇이나 생성형 AI가 AI의 전부가 아니다”라며 “전혀 해롭지 않은 AI도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I가 민주주의를 지원한 사례를 소개했다. 일본에선 AI 아바타로 유권자와 소통한 후보가 실제 국회의원이 됐고, 브라질 법원은 AI로 법원의 행정 업무를 자동화해 적체를 줄이고 있다. 또 미국 캘리포니아의 시민단체는 AI로 의원들의 발언, 투표 기록, 후원 데이터 등을 분석해 특이점을 기자에게 제공하고, 스위스 정부는 비영리 AI 모델을 개발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슈나이어 교수는 “현실은 ‘인간 대 AI’의 대결이 아니라 ‘AI 대 아무도 없음’의 대결”이라며 “지역 의회 회의를 아무도 취재하지 않는 것보단 AI라도 기록하고 요약하는 편이 민주주의에 나은 경우도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AI는 힘을 증폭시키는 기술로, 사용자를 더 강력하게 만든다”며 “민주주의를 진전시킬 수도 있지만 권위주의를 강화하는 데 활용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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