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초과학에서 어떤 분야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최소 30년이 필요하다는 ‘30년 법칙’이 있습니다. 한국은 보다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유재준 서울대 자연과학대 학장은 3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최근 일본의 노벨상 수상은 꾸준한 연구 지원과 정책 일관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유 학장이 예시로 든 일본은 과학 분야 수상자 수가 현재까지 27명에 달하는 ‘노벨상 강국’이다. 올해에는 사카구치 시몬 일본 오사카대 석좌교수와 기타가와 스스무 교토대 교수가 나란히 생리의학상과 화학상을 받으며 저력을 보여줬다.
일본이 이 같은 노벨상 수상 기준 아시아 1위를 달성할 수 있던 배경에는 ‘메이지 유신’ 이후 150년 넘게 지속돼온 꾸준한 기초과학 육성책이 첫손에 꼽힌다. 반면 한국에서 기초과학이 본격적으로 육성된 시점은 기초과학진흥법이 제정된 1989년으로 일본과는 120여 년의 시간차가 난다.
한국 특유의 ‘선택과 집중’ 문화 또한 노벨상 수상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유 학장은 “노벨상은 연구자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수십 년 동안 세상에 어떻게 공헌했는지를 수상 기준으로 삼는다”며 “한국은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단기적인 성과로 돌아올 수 있는 분야를 골라 투자하는 전략을 사용해왔는데 이러한 전략을 통해 노벨상을 배출하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사태로 노벨상 수상이 더욱 요원해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년도 예산을 의결하며 연구비 1억 원 미만의 ‘풀뿌리 기본 연구’를 복원했지만 R&D 삭감 사태의 여진은 여전하다. 유 학장은 “당시 정부에서 풀뿌리 연구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온 연구자들이 자리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본은 역대 모든 정부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초과학 연구를 수행해왔다. 1917년 설립된 국립 연구기관 ‘이화학연구소(RIKEN·리켄)’는 연 1000억 엔(9280억 원) 수준의 예산을 받아 국가 주도의 기초과학 연구를 진행한다. 일본 외무성 또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과학기술연구 파트너십(SATREPS)’ 사업을 추진하며 환경·에너지, 재난 예방 등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 연구를 수행 중이다. 유 학장은 “일본은 해외 인재를 유치할 때 문부과학성이 아닌 외무성이 주도하기도 하는 등 부처 간 논의와 연결이 자유롭다”고 평가했다.
유 학장은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연구가 우선시되는 문화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행착오를 거치는 연구자를 향해 인정과 공감을 주는 사회가 돼야 후속 세대도 기초과학에 뛰어들 수 있을 것”이라며 “기초과학에는 ‘슈퍼스타’만이 전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훨씬 더 많은 ‘마라토너’가 필요하고 그들이 끈질기게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노벨상이 탄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 자연대는 미국의 ‘연방자금지원연구개발센터(FFRDC)’를 벤치마킹한 대학 내 연구소 ‘미래 초융합 기초과학기술원(NEXST 랩)’을 설립해 대학의 연구 역량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유 학장은 “지금처럼 교수들이 경쟁 끝에 연구비를 겨우 수주해 오는 구조에서는 지속성이 담보되기 어렵다”며 “국가와의 협력이 연구자의 연대를 쌓고 더 좋은 연구로 돌아오는 선순환이 형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내찬교수의 광고로보는 통신역사]〈44〉일본은 27명의 노벨상, 그런데 우리는 왜?: 한 우물 긴 여정](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0/31/news-p.v1.20251031.b0be28e6c57d4d25837e2053fae8cb3c_P1.jpg)
![[청론직설] “공장 사라지면 혁신도 사라져…제조업 강화에 국운 걸어야”](https://newsimg.sedaily.com/2025/11/03/2H0B8XMTW3_1.jpg)

![“AI 시대에는 ‘문제발굴력’이 교육의 핵심 돼야” [AI 프리즘*대학생 취준생 뉴스]](https://newsimg.sedaily.com/2025/11/03/2H0B6IWP52_1.jpg)

![[사설]전문인력 해외 이탈 막을 대책이 시급하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1/03/news-a.v1.20251103.0c388db41cd94aa2bf86574cce728fb2_T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