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00억달러 美 투자에 '쏠린 눈'…투자금 회수는 '일본식 모델'

2025-10-30

한미, 최대 200억달러 10년 분할투자 합의

수익배분 초기엔 50%, 이후엔 미국이 90%

韓 "외환보유액 수익으로 투자금 조달 가능"

국채·회사채 등 운용 수익률, 매년 5% 넘어야

구체적 투자·원금 회수 방식 MOU 담길 예정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확정된 대미 현금 투자 2000억달러(약 284조원)의 집행 시점과 회수 가능성, 자금 조달 방법 등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미 투자액을 연간 최대 200억 달러 규모로 상한선을 두고 10년 이상 분할투자, 외환시장 상황에 따라 납입 기간을 조정할 수 있게 안전장치를 뒀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10년 넘게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자금이 해외에 투입될 예정인 만큼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우려가 크다. 구체적인 투자·원금 회수 방식 등은 조만간 공개할 한미 양해각서(MOU)에 담길 예정이지만, 리스크 여부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리금 상환 전까지 한미 수익배분 각각 50%

30일 정부에 따르면 한국은 한미 관세협상 결과에 따라 매년 200억달러를 10년에 걸쳐 미국에 투자해야 한다. 애초 우리 정부는 총 2000억달러의 대미 투자펀드가 보증과 대출 중심으로 구성됐다고 설명했지만, 최근 전액 현금 투자로 방식을 변경하기로 미국 측과 합의했다.

전날 한미 정상회담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도 이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연간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투자한다"며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라고 설명했다. 250만달러를 8년에 걸쳐 투자해 줄 것을 요구해왔던 미국 측의 양보를 얻어냈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투자액에 대한 원리금 상환 방식은 한국보다 먼저 관세협상을 타결한 일본과 비슷한 구조다. 원리금 상환 전까지 한국과 미국이 수익을 5대 5의 비율로 배분하고, 이후에는 9대 1로 미국에 더 많은 수익이 배분되는 구조다.

회수를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됐다. 회수 속도가 더딜 경우 수익 배분 비율을 재조정할 수 있는 조항을 두고, 특정 프로젝트에서 손실이 나면 다른 프로젝트에서 이를 보전할 수 있는 엄브렐러(우산) 구조를 도입했다는 것이 김 정책실장의 설명이다.

◆"빠르면 11월 중순께 美 투자 법안 마련"

'투자 개시 시점'과 '자금 조달 방식'도 주요 쟁점 사항이다. 투자처와 투자금을 결정할 투자위원회 위원장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투자 결정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있는 협의위원회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각각 맡는다.

다만 실제 투자가 이뤄지기까지는 국내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투자펀드 조성을 위해 신설되는 기금에 대해 정부 보증서가 필요하며, 근거 법안 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날 김 정책실장은 "(기금을) 어떻게 운영할지 등 내용을 담은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법이 제출되는 시점에 속하는 달부터 소급해 관세 인하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르면 다음달 중순께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해당 사실을 미국에 알린 후 11월 1일을 기점으로 소급해 관세 인하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정책실장은 "늦어도 12월까지는 법안 제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도 덧붙였다.

◆연간 200억달러, 어떻게 조달하나

연간 투자 상한액이 200억달러로 결정됐지만, 조달 방식에 대해서는 논란이 거셀 전망이다. 정부는 보유 외환 자산의 운용수익으로 재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김 정책실장도 "외환보유액 내 수익성 운용 자산에서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우리나라 외환 보유액 중 국채나 회사채 등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은 3784억달러다. 매년 5%를 초과한 수익을 내야 200억달러의 투자금을 충당할 수 있다. 추가 자금이 필요할 경우 국제 자본시장에서 정부 보증채 등을 발행해 조달할 계획이다.

한편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교수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안보와 경제, 산업 협력을 함께 아우르는 통큰 협상"이라며 "최대 200억달러라는 현금투자는 정부 외환운용 수익금 활용 등을 고려해도 부분적 통화 스왑(통화 맞교환)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밀고 당기는 협상에서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키고, 상대방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지만 투자위원회에 한국 측 인사가 참여하는 투자 거버넌스를 가져올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 시장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여전히 경제적 합리성에 근거한 협상이었는지는 의문"이라며 "일본과 관세협상 결과를 비교하는 경향이 있는데, (한미 FTA에 따라) 우리는 관세가 0%였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wideope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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