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은, 30억달러 추가 조달 여력…對美투자 지원 본격화

2025-10-30

정부가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가운데 한국수출입은행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추가로 발행할 수 있는 외화채 규모가 30억 달러(약 4조 2800억 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한미 정상이 합의한 연간 투자 한도인 200억 달러의 15%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대미 투자 과정에서 외환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국책은행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수은은 최근 자체 검토한 결과 추가 발행이 가능한 외화채 규모를 연간 30억 달러 수준으로 추산했다.

수은은 채권 발행을 통해 연간 총 42조 원 규모의 자금을 매년 조달해오고 있다. 이 중 외화채권 규모는 약 19조 원으로 전체의 45% 수준이다. 시장 수요를 감안했을 때 외화채 발행 규모를 연간 50조 원 수준으로 늘려도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수은은 보고 있다.

수은이 외화채 추가 발행을 검토하는 것은 대미 투자 재원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앞서 한미 정상은 총 투자액 3500억 달러 중 2000억 달러를 현금 지분 투자하되 연간 최대 규모는 200억 달러로 묶는 데 합의했다. 정부는 이 투자금 일부를 수은과 한국산업은행 같은 국책은행들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조달한 달러를 그대로 활용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수은이 실제로 30억 달러의 외화채를 추가 발행한다면 연간 최대 투자 한도의 15%만큼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수은뿐만 아니라 산은도 적정 외화채 발행 규모를 저울질하고 있는 만큼 전체 투자금에서 국책은행이 맡는 비중은 더 커질 수 있다. 산은은 통상 연 80조~90조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데 이 중 외화 차입 규모는 12조 원 규모다. 정부 안팎에서는 산은이 수은과 비슷한 수준으로 외화채를 추가 발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협상 전 주요 국책은행이 해외에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어느 정도 되는지 미리 파악해뒀다”면서 “대외 신인도를 고려할 때 국책은행이 해외에서 상당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미투자 자금조달 방식과 관련해 “한국은행 외환보유액 운용수익, 수은·산은 정책금융 조달, 필요시 해외 차입을 병행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국책은행의 우수한 해외 채권 발행 역량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수은의 국제 신용등급은 무디스 기준 ‘Aa2’로 10개 투자등급 중 세 번째로 높다.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과 같다. 이에 수은이 발행하는 채권은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우량 자산으로 평가돼왔으며 2022년부터는 매해 첫 한국물 발행을 성사시키며 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해왔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지난해 계엄 이후 우리나라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에서도 수은이 3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본드를 성공적으로 발행하면서 시장 안정에 기여하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마련 과정에서 국책은행의 대미 투자 예산을 넉넉하게 확보해둔 만큼 채권 발행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점도 고무적인 대목이다. 산은·수은·한국무역보험공사의 대미투자 관련 예산은 1조 9000억 원이며 이 돈은 필요시 국책은행의 자본금을 늘리는 데 쓰일 것으로 보인다.

국책은행은 15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조선업 협력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도 상당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 프로젝트가 국책은행이 주로 취급하는 선수금환급보증(RG) 중심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RG는 조선사가 선주와 계약 체결 후 선주에게 선박을 제때 인도하지 못하면 선주가 지급한 선수금을 은행에서 책임져주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사업이라 시중은행들은 적극 취급하길 꺼리는 만큼 국책은행이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수은은 미국 선사가 새 선박을 대규모로 우리 조선사에 발주할 때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고 10~20년간 장기 상환 받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국책은행뿐만 아니라 시중은행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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