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범석 배달의민족 대표가 취임 6개월 만에 브랜드 정체성 재정비에 나섰다. 고객 중심 전략 아래 앱 디자인을 개선하고, 서비스 철학과 내부 목표를 새롭게 설정하며 성장을 위한 체질 개선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김 대표 주도 아래 출시 15주년을 기념한 '배민 2.0' 리브랜딩 전략을 본격화했다. 고객 관점에서 앱의 디자인을 전면 개편하고,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미션과 목표, 서비스 원칙을 수립했다.
김 대표는 새 미션으로 '세상 모든 것이 식지 않도록'을 제시했다. 또한 목표로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대체 불가능 플랫폼'을 내걸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서비스 원칙으로는 ▲명확한 고객 경험 ▲앞서가는 솔루션 ▲신뢰 기반의 서비스 ▲상생하는 배달 생태계 등이 포함됐다.
앱 개편에 앞서 내부 조직문화도 정비했다. 기존 자율 근무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핵심 원칙을 명확히 한 '그라운드 룰 2.0'을 도입해 구성원들에게 공유했다. 현재 배민은 주 32시간 근무제와 근무지 자율 선택제를 운영 중이며 지난달부터 사무실 출근 일수를 주 1회에서 2회로 확대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자율적 문화 아래에서도 기본을 지키자는 취지에서 근무 원칙을 구체화했다"며 "앱 디자인도 더 깔끔하고 보기 쉽도록 단계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1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김 대표는 서비스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청사진을 본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배달의민족은 사용자 수 감소와 경쟁사 추격에 직면해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월 배민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2229만명으로 전월 대비 0.5% 감소한 반면, 쿠팡이츠는 1125만 명으로 1.3% 증가하며 격차를 좁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도권 지역에서 쿠팡이츠가 배민을 따라잡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응해 배민은 차별화 전략으로 '한그릇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 기존 배달 시스템은 최소 주문금액을 맞추기 위해 과도한 주문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한그릇 배달은 1인분 식사를 5000원~1만2000원금액으로 무료 배달받을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 서비스는 지난 4월 말 출시 이후 70여 일 만에 주문 고객 100만명을 돌파하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또한 배민은 배달 수요와 라이더 수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배달 로봇' 상용화도 추진 중이다. 올해 2월부터 강남 지역에서 자율주행 로봇 '딜리'를 활용한 장보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세 번째 모델의 운행 안전 인증을 획득해 이달부터 현장 투입을 시작한다.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에도 발맞춰 '만나서 결제' 기능을 강화했다. 사용자가 배달 주문 시 현장 결제를 선택하면 음식점 카드 단말기를 통해 정부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입점 업주와의 상생 방안도 지속해서 추진되고 있다. 배민은 지난해 3월부터 2030년까지 업주·라이더·고객을 위한 총 2000억 원 규모의 사회적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지난해 도입된 수수료 2~7.8% 상생 요금제에 이어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및 업주 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주문금액 1만5000원 이상 주문 건에 대한 중개 이용료 차등 지원 등의 추가 상생안을 시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리브랜딩이 위기 극복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규제 강화와 시장 경쟁 심화 속에서 배민이 선도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내부 조직 문화를 재정비하고, 소비자 중심의 기능 및 기술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배민은 지난 2010년 6월 음식 전단지를 대체하는 모바일 안내 앱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누적 주문 65억건, 누적 거래액 약 153조원을 기록했다. 입점 외식업주는 누적 120만명, 현재는 약 30만개 가게가 배민 플랫폼을 통해 음식 배달, 장보기,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