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세제 개편안에 분노한 개인투자자들이 대주주 양도소득세에 이어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 발표대로 시행될 경우 복잡한 요건과 높은 세율 등으로 지배주주의 배당 확대를 이끌어낼 수 없는 만큼 확실한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일 국회전자청원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내용을 반대하면서 재검토해달라고 요구하는 청원만 9건이 등록돼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도입하되 세율이나 적용 요건 등을 원점에서 다시 설계하라는 것이다.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도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10억 원 하향 반대, 배당소득 분리과세 세율 상향 반대 등을 집중 추진 중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정부안에 문제를 제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세율이다. 배당 등 의사결정권자인 대주주에게 적용하는 연 3억 원 이상 최고 구간 세율이 당초 시장에서 기대했던 25%보다 높은 35%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지방세까지 감안하면 현행 49.5%에서 38.5%로 11%포인트 줄어드는 수준이다. 연간 이자·배당소득이 2000만 원을 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들도 배당세액공제를 받는 것을 감안하면 세율 혜택 폭은 더욱 좁혀진다.

개인투자자들은 물론이고 투자 전문가들도 지나치게 높은 세율로는 배당 확대라는 정책 목표를 이룰 수 없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제 없이 높은 세율을 부과한다면 배당을 늘리기보다는 주가를 눌러놓고 상속·증여하는 것이 여전히 유리하기 때문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전면 재검토를 요청한 한 청원인은 “정부가 제시한 인센티브는 실질적 효과가 없는 껍데기에 불과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분리과세를 받기 위한 요건도 까다롭다. 전년보다 현금 배당을 줄이지 않으면서 ‘배당성향 40% 이상’ 또는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직전 3년 대비 배당이 5% 이상 증가’ 등을 충족해야 한다. 하나증권 분석 결과 올해 기준으로 해당 조건을 충족하는 상장사는 68개사에 불과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개인 투자가 활발한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해당되지 않는다. 분리과세 시행 시점도 논란이다. 적용 시점이 내년 사업연도인 데다 2026~2028년 3년만 한시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소액주주 권익 침해가 빈번한 국내 투자 환경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나서서 지배주주 인센티브를 높여달라고 요구하는 건 이례적이다. 청원에 참여한 한 개인투자자는 “대주주들이 실질적인 이득이 없어 배당을 하지 않으면 피해는 소액주주들이 입을 수밖에 없다”며 “배당을 늘리는 건 대주주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뿐이지만 혜택은 다수의 개인투자자들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