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급한 애경그룹, 제주항공 보유 지분 사실상 전량 주담대 [시그널]

2025-06-03

애경그룹이 제주항공(089590) 지분 약 9%를 담보로 추가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이전 주담대까지 합하면 사실상 그룹이 보유한 제주항공 지분 대부분이 담보로 잡힌 것이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중부컨트리클럽(CC), 애경산업(018250)을 매각 중인 애경그룹은 제주항공만은 지켜 반등을 꾀할 방침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제주항공 주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며 반대매매(마진콜)로 인해 애경그룹의 제주항공 지배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AK홀딩스(006840)는 지난달 28일 신한캐피탈로부터 500억 원 주담대를 받았다. 담보는 제주항공(8.93%)과 애경산업(4.43%) 지분이다. 이자율 5.9%에 만기는 내년 5월28일까지로 기간은 1년이다. 담보 유지비율은 120%다. 이번 계약으로 애경그룹은 제주항공 지분 사실상 전량을 담보로 내놓게 됐다.

올 3월 말 기준 애경그룹이 보유한 제주항공 총 지분은 53.61%다. AK홀딩스(50.37%), 애경자산관리(3.22%), 임원진 네 명 보유 지분(0.01%) 등이다. 이 중 주담대 계약이 체결된 지분은 50%에 달한다. 3.61%를 제외하곤 모두 은행, 증권, 캐피탈 등에 담보로 잡혔다. 주담대로 잡힌 지분은 지주사인 AK홀딩스(47.5%), 애경자산관리(1.9%) 등이다. 이 외에 AK플라자는 직접 제주항공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애경자산관리 지분(0.6%)을 담보로 주담대를 받기도 했다.

제주항공 주담대로 AK홀딩스 등이 마련한 금액은 총 2608억 원이다. 2일 종가 기준 제주항공 시가총액(5330억 원)의 딱 절반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AK홀딩스가 2335억 원으로 가장 많고 이자율은 4.9~6.3%에 포진해 있다. 담보권자는 하나은행, NH농협은행,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캐피탈 등이다. 그 다음으로 애경자산관리(150억 원·5.3~5.6%), AK플라자(123억 원·5.68%) 순이다. 애경자산관리 지분 담보는 국민은행과 케이프투자증권 등이 갖고 있고, AK플라자는 국민은행이다.

문제는 제주항공 주가 부진이다. 주담대는 담보유지비율을 요구하는데 주가가 떨어져 이를 하회하면 담보권자는 계약에 따라 추가 증거금을 요구한다. 증거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반대매매가 불가피하다. 제주항공 주가는 연일 하락세다. 지난해 6월만 해도 1만 1000원대를 유지하던 주가는 2일 6610원에 마감했다. 올 4월15일 634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기록을 쓴 후 이렇다할 반등 움직임이 없다.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반대매매 압박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애경그룹의 제주항공 지분율이 과반이 넘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 중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반대매매가 나올 경우 지배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달부터 연말까지 애경그룹은 제주항공 주담대 만기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현재 총 14건의 주담대가 설정돼 있는데, 올해 안으로 만기를 연장해야 하는 주담대가 절반인 7건이다. 현재보다 주가가 2배 이상 높던 때 맺었던 계약이라, 현재 주가 수준이 계속된다면 주담대 일부를 상환하거나 추가 담보를 내놓아야 한다.

현재 애경그룹은 중부CC와 애경산업을 매물로 내놨다. 중부CC는 더시에나그룹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등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애경산업은 가격 눈높이 차로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평가다. 애경그룹은 양사 매각으로 8000억 원 정도의 현금을 마련해 그룹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제주항공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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