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짜 결핍
마이클 이스터 지음
김재경 옮김
부키
배가 찼는데 계속 먹을 걸 찾고, 집에 물건을 잔뜩 쌓아 놓고 또 쇼핑을 하고, 딱히 궁금한 게 없는 데 끊임없이 SNS를 뒤적이고…. 결코 남의 일이라고 할 수 없는 현대인의 모습이다. 어느 정도라면 괜찮겠지만 중독이라고 할 지경에 이른 경우도 적지 않다.
인간의 이런 행동을 이 책은 '결핍의 고리'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 고리는 크게 세 가지 요소가 결합한다. 첫째는 기회의 발견, 둘째는 예측 불가능성, 셋째는 즉각적 반복 가능성이다. 슬롯 머신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소개된다.

특히 예측 불가능성과 관련해, 인간의 뇌는 보상을 받을 것이 분명하지만 언제인지가 불확실하다면 더욱 몰입하고 스릴을 맛본다고 설명한다. 슬롯 머신은 '유사 성공', 즉 거의 돈을 딸 뻔한 경험과 '성공을 가장한 실패', 즉 실제 베팅한 돈보다 적지만 돈을 따는 경험으로도 이용자를 부추긴다. 만약 매번 똑같은 보상이 나온다면, 슬롯머신을 당기는 것은 재미는커녕 지루한 일에 가까울 것이라는 게 저자의 얘기다.
책은 인류가 진화 과정을 통해 이런 결핍의 고리에 끌리는 성향을 갖게 됐다고 전한다.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든 시절에는 기회가 있을 때 한껏 먹고, 한껏 그러 모으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 주변을 탐색하며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마찬가지. 문제는 식량과 물건과 정보가 풍족하다 못해 넘치는 상황에서도 인류의 성향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은이는 이를 비관하는 대신 '결핍의 고리'를 이른바 '풍요의 고리'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먹이 당첨의 예측 불가능성은 실험실의 비둘기조차 현혹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험실을 벗어난 환경에서는 다르다. 지은이는 카지노를 본 딴 거대한 연구소 등 곳곳을 취재하며 자신의 식단을 바꾸거나 수도사들과 함께 생활하는 체험도 해본다.
이런 책에서 흔히 접하는 대로 거대 기술기업을 비판하기보다는 만족도 등을 수치화하고 게임화하는 산업적 흐름을 비판하는 것도 눈에 띈다. 원제 Scarcity Brain: Fix Your Craving Mindset and Rewire Your Habits to Thrive with Enoug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