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결제 대금 미정산 사태로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티몬이 재운영을 준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티몬은 지난 4월, 신선식품 새벽 배송 전문업체 ‘오아시스마켓’을 운영하는 오아시스가 인수 대상자로 결정됐다. 이커머스 업계에서 13년 넘게 흑자를 내며 재무 건전성을 유지해온 오아시스가 노하우를 발휘해 티몬을 살려낼지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티몬은 일부 파트너사를 대상으로 재오픈 계획을 알리는 메일을 발송했다. 티몬은 이 메일에서 재오픈 시기를 7월 중순으로 전망하면서 파트너사에 주요 운영 계획을 안내했다.
앞서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일으켰던 만큼 티몬은 파트너사의 신뢰를 얻는 데 힘쓰는 모습이다. 티몬이 안내한 계획은 크게 △수수료 정책 △정산 방식 △직매입 및 판매 채널 확장 세 가지다. 파트너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수료는 업계 평균보다 낮은 수준으로 책정하고, 원활한 자금 운용을 위해 빠른 정산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눈에 띄는 건 직매입 판매 관련 방안이다. 직매입 판매의 경우 오아시스의 물류 창고를 이용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입점한 파트너사는 티몬과 더불어 오아시스마켓에서도 판매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오아시스 측은 “인수 절차가 끝나지 않은 만큼 재오픈 시기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6월 말쯤 인수가 결정된다면 티몬을 정상 운영해야 하니 내부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오아시스는 티몬 재오픈 과정에 자사 운영 노하우를 접목할 것으로 보인다. 오아시스는 파트너사에 20일 이내로 대금을 지급하는데, 이 같은 정산 시스템을 티몬에도 적용하는 식이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오아시스는 신선식품 전문이고, 티몬은 오픈마켓이므로 성격은 다르지만 오아시스가 직매입과 물류시스템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것”이라며 “13년 연속 흑자를 낸 만큼 재무 건전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시스템 정비, 인건비 투자 등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아시스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드물게 흑자를 유지해왔다. 오아시스의 영업이익은 2021년 56억 원에서 2022년 48억 원으로 소폭 줄었다가 2023년 127억 원, 2024년 223억 원으로 증가했다. 매출액도 꾸준히 늘어 지난해엔 5000억 원을 돌파했다. 오아시스가 ‘적자 덩어리’인 티몬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시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티몬과 위메프는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터진 2024년 7월 말 법원에 회생을 신청했다. 서울회생법원은 한 달간 자율 구조조정(ARS) 프로그램을 시행했으나 자율 조정이 어렵다고 판단해 9월 10일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회생계획안을 세워 채권자·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거쳐야 하며, 향후 자산을 정리해 채무를 변제하면 절차가 종료된다.
오아시스는 티몬의 기업회생절차 진행 중 인수를 결정했다. 지난 3월 티몬 인수전에 뛰어든 오아시스는 4월 14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최종 인수 예정자로 선정됐다. 티몬 신주를 100% 인수하는 방식이며 대금은 116억 원이다. 임직원의 미지급 임금, 퇴직금 채권 등을 포함한 최종 인수 대금은 181억 원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오아시스는 5년간 티몬 직원의 고용을 보장한다. 미정산 사태 이후 현재 티몬에 남은 직원은 약 140명이다.
티몬은 5월 22일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티몬은 “회생계획안은 채권자 등의 이해를 조정하고 티몬의 재건을 목적으로 한다.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공정하고 형평에 맞는 계획을 수립하고자 노력했다”며 “회생 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을 추진했으며, 오아시스와 조건부 투자 계약을 맺었다”고 공지했다. 회생계획안 심리 및 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는 오는 6월 20일로 결정됐다.
현재 오아시스의 티몬 인수가 완전히 성사된 것은 아니다.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로부터 회생계획안 동의를 받아야 한다. 계획안에 따르면 티몬과 오아시스는 신주 인수 대금 116억 원 중 M&A 주간사 용역 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약 101억 원을 변제금으로 투입한다. 총 채권액인 1조 2258억 원 중 0.8%에 불과하다. 변제율이 너무 낮은 탓에 채권단의 동의를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태다.
만일 티몬이 올해 7월에 재오픈한다면 미정산 사태가 발생한 지 1년 만에 운영을 재개하게 된다. 오아시스 측은 “채권단의 협상 과정을 겸허히 지켜보고 있다”며 “체질 개선을 통해 티몬을 정상화하고 흑자를 내는 플랫폼으로 만들고자 한다. 티몬 임직원, 기존 파트너사와 협력해 최대한 빠르게 재오픈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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