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바다나 강 근처에 살던 인류는 생존을 위해 수영을 시작했다고 해요. 인류의 역사만큼 수영의 역사 또한 오래됐지만, 수영복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빅토리아 시대(1819~1901)에 수영복이 등장했으나 지금 모습과 전혀 달랐다고 전해져요. 당시 수영복은 신체를 가리는 게 목적으로 불편한 데다 여성의 경우 코르셋 때문에 목숨까지 위험했죠. 수영할 때 셔츠와 바지를 입었던 남성들은 19세기 들어 상체를 드러낸 수영복을 입기 시작했고, 지금과 비슷한 형태의 여성 수영복은 1910년대에 이르러서야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수영이 국제적인 스포츠로 자리매김하면서 기능성이 강조됐기 때문이라고 해요.
요즘에는 수영할 때만 수영복을 입는 것이 아니라 물놀이 바캉스를 비롯해 스쿠버 다이빙 등과 같은 수상 레저 활동 시에도 수영복을 착용해요. 그래서 재질이나 디자인 등도 더 다양해졌죠. 또 수영이 생활체육으로 자리 잡으면서 수영복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고요. 수영복 전문 브랜드 씨솔트씨 임선영 대표도 이런 이유로 직접 수영복을 만들게 됐다고 해요. 수영복 한 벌이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박서현·이서윤 학생기자가 직접 묻고 들어봤습니다.

서현 수영복 디자이너가 된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었나요.
학창시절에 패션잡지를 다수 사볼 만큼 옷을 좋아했고 패션에 관심이 많아 대학 전공도 패션디자인을 택했죠. 졸업 후 자연스럽게 여성복 디자이너로 활동하게 됐는데, 우연히 거래처를 오가다 안예진이란 친구를 만났어요. 얘기를 나눠보니 저나 그 친구나 수영과 바다를 좋아하고 관심사가 비슷했죠. 근데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 친구랑 수영을 본격적으로 배우게 됐는데, 수영복이 생각보다 빨리 닳고 사러 가면 수영복 디자인이나 패턴이 다 비슷해 아쉬웠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그럴 거면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자' 해서 2021년 본격적으로 수영복 브랜드를 론칭하게 됐죠.
서윤 수영복 디자인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요.
수영복 디자이너가 된 이유도 흔하지 않은 그래픽의 수영복을 입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그래픽 디자인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편이에요. 대부분 사진을 이용해 수영복에 프린팅할 그래픽을 만드는데 먼저 원하는 사진작가의 사진을 사요. 그다음 저희가 스케치한 후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따로 의뢰하는 방식이죠. 웬만하면 기존에 나와 있지 않은 그래픽을 디자인하려고 노력해요. 그래픽 디자인에 중점을 두는 만큼 가장 많은 시행착오가 일어나는 편이고 저와 동업자가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수시로 의논하고 의견을 조율해요. 그리고 그동안 수영복을 사서 입어본 경험을 토대로 디자인 하거나 또 다른 업체의 수영복을 사 입어보고 불편한 점이 있다면, 우리가 디자인하는 수영복에 이를 개선해서 제품을 내놓고요. 예를 들어 비키니 상의는 신체에 따라 어깨끈 길이가 다를 수 있어 어깨끈 길이 조절이 가능하도록 제품을 생산해요. 라벨도 겉으로 빠져나오는 경우 불편할 수 있어 저희는 아예 안감에 인쇄하는 방식으로 만들죠. 수영복은 기능성 제품이다 보니 예쁘고 화려한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편안함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서현 수영복 디자인할 때 영감을 어디서 얻나요.
저나 동업자나 자연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요. 바다를 비롯해 여름의 푸른 하늘, 우거진 숲 등 자연을 닮은 수영복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여러 곳곳을 여행하면서 각 나라만의 특징과 자연환경을 눈에 담기 위해 집중해요.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그래픽이나 패턴이 있으면 간단한 스케치나 메모를 해둬요. 이렇게 얻어진 영감을 수영복 디자인할 때 참고하면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거든요. 억지로 영감을 찾아내려고 노력한 적도 있는데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그래서 그럴 때면 차라리 머릿속을 비우고 미술관이나 박물관, 빈티지 숍 등에 가서 색다른 경험을 하려고 합니다.
서윤 수영복 종류에 관해 설명해 주세요.
크게 분류하자면 상의와 하의가 연결된 일체형 디자인인 원피스 수영복과 상·하의가 분리된 비키니 수영복으로 나눌 수 있어요. 또 자외선 차단용으로 입는 래시가드가 있고요. 그 안에서도 또 분류되는데요. 원피스 수영복은 실내용일 경우 주로 강습할 때 입어 역동적으로 수영할 때 불편하지 않도록 착용감과 기능성을 중요시해요. 물의 저항을 줄일 수 있도록 몸에 밀착되는 형태로 신축성과 활동성이 좋은 소재를 사용하죠. 또 이음선을 최소화해서 피부 마찰을 줄일 수 있도록 하고요. 실내 수영복 종류에서도 어깨끈과 백라인 모양에 따라 일반 원피스, 반바지, 긴바지 등으로 나뉘죠. 실외 수영복은 햇빛과 야외환경 등을 고려해 디자인하는데, 실내용보다 제약이 덜해 여러 스타일을 시도할 수 있어요. 실외 수영복의 가장 대표적인 모델 비키니 상의는 트라이앵글탑, 탱크톱 등이 있으며 하의는 기본 브리프, 하이웨이스트, 보이쇼츠 등으로 나뉘어요. 각기 다른 명칭과 이름이 존재하는 만큼 수영복 종류는 매우 다양하답니다.

서현 올해는 어떤 수영복이 유행했고, 내년 유행을 예측한다면요.
국내외 유행이 조금 다른데요. 국내는 체형을 커버하는 디자인의 수영복이 강세를 보여요. 그래서 수영복 위에 덧입는 커버 업(cover up) 제품 수요가 많은 편입니다. 해외는 국내보다 더 과감하고 화려한 무드의 수영복이 유행했어요.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국내외 수영복 선호도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여요. 국내의 경우 여전히 체형을 커버하는 디자인의 수영복을 많이 입을 거 같습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자연 친화적 재활용 원단을 사용한 수영복이 많아질 것으로 보여요. 또한 일상복과도 조화로운 디자인의 수영복도 많이 착용할 것 같고요.
서윤 수영복 제작 과정이 궁금해요. 수영복 한 벌이 나오기까지 과정을 알려주세요.
브랜드와 디자이너마다 과정이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요. 저희는 수영복 그래픽에 중점을 두는 만큼 그해 그래픽 디자인부터 시작해요. 저랑 친구는 평소 생각날 때마다 스케치를 해두는데, 그 자료를 토대로 5~6개 정도의 그래픽 디자인을 뽑아요. 그리고 서로 의견을 나눠서 그래픽 디자인을 정하면, 그 그래픽에 어울릴 실내용 수영복과 비키니, 야외용 원피스 수영복 디자인을 구성하죠. 패턴이 필요할 경우에는 패턴을 전문으로 작업하는 패턴실에 요청할 때도 있고요. 패턴이 나오면 디자인과 그래픽을 접목해 샘플을 만듭니다. 수영복 샘플이 나오면 직접 입고 수영하면서 불편한 점을 체크하고 수정·보완 후 제품으로 출시하죠.

서현 수영복을 오래 입을 수 있는 팁 알려주세요.
사용 후 즉시 깨끗한 찬물에 헹구는 게 중요해요. 이렇게 소금기·땀 등을 제거했으면 중성세제를 사용해 손빨래를 해주세요. 손빨래 시 비비거나 비틀지 않고 그늘에 널어서 건조해 주는 것도 중요하고요. 이럴 경우 좀 더 오래 입을 수 있답니다. 완전히 건조했으면 통풍이 잘되고 습기가 없는 곳에 보관해 주세요.
서윤 수영복 디자이너가 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저랑 제 친구는 옷을 좋아해서 학창시절부터 패션 디자이너를 희망했죠. 저희처럼 스스로 좋아하고 관심 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오랫동안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옷이 좋아서 옷을 만들다가 수영복까지 만들게 됐듯, 평소에 관심을 두고 살펴보는 것도 중요해요. 만약 여러분이 수영복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면, 수영복에 관심을 가지고 평소 유심히 관찰해보세요. 또 실제로 착용해 보면 제품별 특징이나 차이점을 알 수 있어요. 전공을 패션이나 시각디자인 등 옷 만들 때 도움받을 수 있는 과를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요. 저는 패션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수영복을 만들다 보니 수영복 디자인의 경우 그래픽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다양한 오브제나 풍경, 자연 등 눈에 담을 수 있는 여러 가지를 보려고 노력해요. 여러분도 디자이너가 꿈이라면 여러 경험과 함께 세상의 다양한 면을 많이 접하고 보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서현 앞으로 수영복 디자이너로서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이신가요.
저희가 바다와 수영 그리고 자연을 좋아해서 이 일을 시작한 만큼 우리만의 색깔과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고 계속 수영복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싶어요. 몇 년 전에 우리만의 정체성을 고민하다가 한 번 스타일을 바꿔서 신제품을 내놓은 적이 있거든요. 현실과 타협한 디자인의 수영복을 출시하니 반응이 좋지 않았어요. 그때 깨달았죠. 우리만의 정체성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요. 초심을 잃지 않고, 우리가 입고 싶은 씨솔트씨만의 수영복을 꾸준히 선보이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앞으로도 우리만의 개성을 가진 수영복 디자인에 집중할 생각이에요.
동행취재=박서현(인천 중산초 5)·이서윤(서울사대부초 5) 학생기자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이번 취재는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림만 잘 그리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으나 옷감과 소재에 대한 이해는 물론, 기능성과 여행지에서 시선을 끌 수 있는 아름다움까지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임을 알게 됐죠. 특히 수영복은 여러 패턴과 그래픽 등을 조화롭게 담아야 하고 기능적인 면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일반 의상보다 더 까다로운 작업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집에 와서 임선영 디자이너님이 선물로 준 수영복을 입어보니 편하고 또 멋져 보였어요. 인터뷰 내내 자유롭고 개성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고, 나도 언젠가 직접 옷을 만들 날이 오겠지라는 상상을 해봤어요. 이런 꿈을 이루기 위해 패션과 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책도 읽어야겠습니다.
박서현(인천 중산초 5) 학생기자
씨솔트 임선영 디자이너님과 진로 인터뷰를 했어요. 제 꿈 중 하나가 패션디자이너여서 취재 전날부터 무척 기대했죠. 디자이너 선생님이 많은 질문에 답변을 잘해주셨는데 그중 '왜 수영복 디자이너가 됐는지' 질문에 대한 답이 기억에 남아요. "바다와 뜨거운 태양이 좋아서 수영을 배우게 되면서 수영복에도 관심이 커졌고 그러다 직접 수영복을 만들게 됐다"라고 하셨는데 그만큼 수영과 수영복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선생님이 디자인한 수영복을 보니 독특하고 자유로운 감성이 느껴졌죠. 저는 디자이너라면 창의력이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 생각했는데 이번 취재를 통해 생각이 바뀌었어요. 창의력도 중요하지만, 일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더 멋진 작품을 만들게 해준다는 걸 깨달은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이서윤(서울사대부초 5) 학생기자
글=이보라 기자 lee.bora3@joins.com,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