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 3천원' 바가지 논란 부산 노점 가봤더니

2025-09-04

'무신고 업체' 고발에도 버젓이 영업…가격표시 제대로 안 해

논란에도 가격 그대로 "원재료 좋다" 해명…"무신고 아냐" 주장도

'어묵 하나에 3천원'이라는 말에 고개가 절도 갸웃거려졌다.

논란의 현장인 부산 기장군 해동용궁사 입구 앞 노점을 지난 3일 오후 직접 찾아가 봤다.

해동용궁사 초입에는 20여곳의 상점들이 다닥다닥 붙어 관광객들을 맞고 있었다.

벽돌 건물 상점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가설건축물 형태로 컨테이너를 이용해 상점을 연 곳이 많았다.

기념품 가게, 커피숍, 편의점, 간식 가게 사이로 문제의 어묵 판매점들도 눈에 띄었다.

기장군은 최근 어묵 판매점을 비롯해 15곳을 식품위생법상 무신고 업체로 파악해 경찰에 고발했지만, 이들은 가게를 버젓이 운영하고 있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어묵 가게 2곳을 찾아 '매운 어묵' 가격을 묻자 여전히 '3천원'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 어묵집의 경우 유튜브에 처음 공개됐을 때는 일반 어묵도 '3천원'이라고 했지만, 이번에는 '2천원'이라고 가격을 슬그머니 내렸다.

가격은 게시돼있지 않아 직접 묻기 전에는 파악이 어려웠다.

이곳에는 논란이 됐던 2곳 외에도 다른 어묵집이 1곳 더 있었지만, 이곳도 가격이 개당 2천원으로 다른 유명 관광지와 비교했을 때 높았다.

이 어묵집의 경우 중구 깡통시장 내 있는 유명 어묵집과 같은 재료를 쓴다고 주장했지만, 그곳보다 가격은 500원 더 비쌌다.

깡통시장 어묵집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방문한 곳으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이들 업주는 "타 도시나 다른 관광지는 밀가루가 많이 들어간 개당 몇백원 짜리 어묵을 사용하지만, 여기는 원가가 1천원이 넘는 좋은 어묵을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원재료 공개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다.

다만 이들의 어묵이 다른 관광지에 비해 20~30% 큰 것은 맨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해운대시장이나, 깡통시장 등 부산 유명 관광지 어묵들이 개당 1천200∼1천500원 수준인 것과 차이가 커 소비자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느껴졌다.

무신고 영업을 하는 것에 대해 입장을 물었지만 이들은 모두 "사업자 등록을 했다"며 동문서답했다.

세금 목적의 사업자 등록과 식품위생법상 신고는 다르다.

이들은 이미 여러 차례 고발이 됐음에도 벌금을 내며 장사를 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개발제한구역 내 있는 위반 건축물이어서 식품위생법상 신고 자체가 안되는 상황이다.

위반 건축물에 따른 이행 과징금도 매년 부과되지만, 점포 운영자를 바꿔가며 수십 년째 위반 시설은 유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바가지 논란에 대해 상인들이 각성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조언한다.

서울 강남역 앞 포장마차의 '개당 1천원 어묵 사진'과 비교당했을 때 "원재료가 다르지 않느냐"며 예사 문제로 취급하는 부산 노점의 항변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부산 음식으로 알려진 어묵이 아이러니하게도 '부산에서 먹을 때 제일 비싸다'는 관광객들의 지적은 새겨들을 만하다.

도한영 부산경실련 사무처장은 "지역 관광 산업 활성화의 혜택은 결국 상인들이 많이 보게 되는 만큼, 관광 도시 이미지에 먹칠하는 일은 상인들 스스로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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