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탈출 가속…온라인 입점사 33% 떠났다

2025-09-04

홈플러스 기업 회생 신청 이후 6개월 사이 온라인 입점 업체가 대거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주주 MBK파트너스 지원책 없이 자구책에만 의존하는 가운데 우려했던 구조조정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4일 홈플러스가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게시한 '판매 회원' 목록에 따르면 현재 남아있는 홈플러스 온라인 쇼핑몰 입점업체는 467개사다. 해당 업체들은 홈플러스 온라인 내 '판매자 택배'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기업 회생을 신청한 지난 3월과 비교하면 온라인 입점업체 수는 33% 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된다. 지난 6개월 새 250개가 넘는 업체가 홈플러스 온라인 판매를 중단했고 신규로 합류한 업체는 20개에 불과하다.

이탈한 입점업체 중에서는 일부 대기업도 포함돼있다. 제주삼다수 판매를 대행하는 광동제약, 아모레퍼시픽, 대상 등이 대표적이다. 대기업 계열사 지누스, 올품도 홈플러스 온라인 판매를 중단했다. 삼다수, 대상 청정원 등 장보기 필수 상품들은 일부 도매업체 또는 홈플러스 매장 내 직매입 상품을 배송하는 '매직배송'으로만 판매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까지 온라인 3자물류(3PL)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신규 입점 셀러에 대해 3개월 간 수수료 0% 정책을 펼친 것이 대표적이다. 매장 직매입 상품에 국한됐던 상품 구색을 대폭 확대해 온라인 자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홈플러스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온라인 입점업체 이탈이 가속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4일 기업 회생을 신청한 이후 대기업 협력사들과 빈번하게 마찰을 빚어왔다. 홈플러스 대금 지급 여력에 의문을 가진 납품업체들이 납품 규모 축소, 정산 주기 단축 등을 요구하면서다. 별다른 정산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음에도 불안감이 증폭되며 대규모 이탈로 이어진 모습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6개월 간 정상화를 위한 자구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계속해서 내리막을 걷고 있다. 매장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대형마트 매장은 126개 점포가 있었는데 현재 123개까지 줄었다. 최근 임대료 조정 결렬로 15개 점포 폐점도 예고돼있다. 회생 이전 폐점이 예고된 점포까지 합치면 홈플러스 매장 수는 102개까지 줄어들 예정이다.

매장이 문을 닫으면서 직원들도 자리를 잃고 있다. 국민연금 사업장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홈플러스 직원 수는 1만8775명으로 기업회생 신청 이전인 2월(1만9406명) 대비 600명 이상 줄어들었다. 홈플러스는 폐점 매장 직원들의 타 점포 전환 배치 등을 지원하지만 권역 별로 포진된 대형마트 매장 특성 상 근무지 이전 여건은 녹록치 않다.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오는 10일까지다.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한 달 이상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대형마트 업계 2위 업체를 소화할 마땅한 인수 후보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향후 M&A 추진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국회에서는 사태 해결을 위한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책임 경영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4일 “홈플러스의 대규모 폐점 계획은 대주주 MBK의 '먹튀 선포'와 다름없다“며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홈플러스 관계자는 “온라인 관련 매출과 수익이 미미한 상황”이라며 “회생 이후 본업에 충실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답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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