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3000만원 중 절반 떼어가"…배달앱, 이게 가맹점 갈등 뇌관

2025-09-04

서울 관악구에서 40대 피자가게 점주가 흉기로 본사 임원 등 3명을 살해한 사건의 이면에 배달에 의존한 ‘1인 가게’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현실이 깔려 있었다. 피의자 점주와 비슷하게 ‘1인 피자집’을 운영하는 월 3000만원 매출 가운데 배달비 및 앱사용료 등 1550만원, 재료비 1050만원 등을 떼어가면 340만원이 남는다고 토로했다.

“3000만원 매출, 340만원 남아”

4일 서울시 프랜차이즈 피자가게들을 취재한 결과, 점주 1인이 피자를 굽고 포장한 뒤 배달앱을 통해 영업하는 가게는 월 매출의 절반 이상이 배달 비용으로 빠져 나갔다. 관악구 다른 동네에서 1인 피자가게를 운영하는 가맹점주는 중앙일보에 “월 매출이 3000만원 정도인데, 배달 앱 관련해 배달료·수수료·부가가치세가 1550만원(51.6%)가량 나간다”며 “1만원짜리 메뉴를 팔면 배달비 3400원, 중개수수료 780원, 부가세 448원 등이 떼인다”며 매출명세를 공개했다. 그는 “거기에 월세 90만원, 재료비와 기타 잡비 등으로 1000만원 나가니 수중에 들어오는 수익은 월 340만원 정도”라고 했다.

지난 3일 3명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A씨의 가족은 그가 범행 전 자주 “배달수수료 등을 떼고 나면 타산이 도저히 안 맞는다”며 “직원도 못 쓰는데, 이대로 가면 나는 얼마 못 가 쓰러질 것 같다”고 주장한 것과 유사하다. A씨 측은 또 “배달해 팔수록 적자가 날 것 같은 ‘1인 메뉴’까지 본사가 새로 하라고 해서 힘들어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프랜차이즈 본사 대표 역시 배달의 민족 등 배달 플랫폼 수수료 문제로 많은 점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대표 B씨는 “심각한 것은 사실 우리가 아니라 배달 플랫폼과 점주들 간 갈등”이라며 “점주가 다 ‘배달 앱이 수익 다 가져간다’고 호소해서 우린 배달 매출이 좀 오를 수 있는 메뉴를 만들고 출시하겠냐고 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들은 “배달 앱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배달에 대한 의존도가 특히 높은 피자가게 등 요식업 가게의 수익성은 점차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의 조사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가맹점 매출의 절반 수준인 48.8%가 배달 플랫폼을 통해 발생했고, 배달 플랫폼을 통한 매출 중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24%(지난해 10월 기준)로, 전년 동월(17.1%)보다 6.9%포인트 증가했다.

“인테리어 보수 비용 누가 부담하냐”

프랜차이즈 본사와의 갈등 상황도 자영업자에겐 부담 요소다. 이번 관악구 흉기 살인 사건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된 매장 인테리어 비용 문제가 대표적이다. 2013년 가맹사업법이 개정되면서 본사가 가맹점에 인테리어 교체(리뉴얼)를 요구하려면 비용의 20%(이전·확장 땐 40%)를 지원해야 하지만, 이후로도 공사 비용을 점주에게 떠넘긴 여러 프랜차이즈가 적발되기도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평균 창업 비용 1억1300만원 중 인테리어 비용은 5150만원(45.6%)을 차지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법 개정 이후 인테리어 비용 부담은 일부 완화됐지만, 인테리어 업체를 강요하는 등의 관행은 여전히 암암리에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살인 사건 역시 인테리어 보수 비용을 본사와 점주 중 누가 부담할 것인가를 두고 벌어진 갈등이 결정적인 발단이 됐다. 피의자 A씨 측은 본사가 소개한 인테리어 업체가 “날림 공사를 해서 물이 새는 등 하자가 발생했는데, 본사도 인테리어 업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프랜차이즈 대표는 “인테리어 업체 측이 무상 수리 기간인 1년이 지났기 때문에 유상으로 수리해주겠다고 하면서 갈등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필수 품목’과 관련한 분쟁도 잦다. 필수 품목은 가맹점이 본사로부터 반드시 사야 하는 원·부재료, 설비 등이다. 본사가 이 필수 품목을 통해 과도한 차액(마진) 가맹금을 남기는 사례가 많아 ‘갑질 논란’이나 법정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현재 17개 프랜차이즈 브랜드 가맹점주 2491명이 차액 가맹금 소송을 하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경험이 없거나 소자본으로 창업하는 경우가 많아 예상보다 높은 비용 부담이 생길 경우 경영 위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배달 수수료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뿐만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일정 수준의 규제를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본사가 인테리어 업체를 소개한 경우라도 일반 소상공인 입장에선 쉽게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며 “공정거래위원회 등 당국이 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피의자 피자가게 주인, 치료 끝나는 대로 체포

한편 3명을 살해한 뒤 자해한 A씨는 아직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A씨가 치료를 다 받는 대로 살인 혐의로 체포할 예정이며, 이에 앞서 주변인을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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