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으로 미디어 소비 습관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한국 TV 광고 시장 역시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연결성과 높은 스트리밍 비디오 소비율을 자랑하는 한국은, 겉으로 보기에 커넥티드TV (Connected TV, 이하 CTV) 광고 성장에 가장 적합한 환경을 갖춘 국가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한국에서 CTV 광고 성장 속도는 미국 등 다른 선진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만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몇 가지 구조적 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 미디어 생태계는 오랫동안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 채널이 주도권을 행사해 왔으며, 이들은 뿌리깊은 광고주와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전통적인 매체 구매 방식을 선호해 왔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가 한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대다수는 광고가 없는 구독 기반 모델로 운영돼 광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인벤토리 규모가 제한적이었다. 그 결과 소비자는 빠르게 스트리밍으로 이동했지만, 광고 인프라는 뒤처지는 불균형이 초래됐다. 또한 데이터 기반 자동화 매체 구매 방식인 프로그래매틱 광고의 도입 속도가 느린 것도 한국에서 CTV가 그동안 미디어 전략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지 못한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상황이 변하고 있다. 여러 요인이 맞물리며 한국의 CTV 광고 시장 역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즉, 글로벌 및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들이 광고형 요금제(ad-supported tier)를 포함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도입하면서 프리미엄 인벤토리가 확대되고 있으며, 광고주들이 포스트 쿠키(post cookie) 시대를 맞아 더 정교한 타겟팅, 투명성, 성과 측정을 요구하고 있고, 마지막으로 프로그래매틱 광고 플랫폼의 발전으로 마케터들이 보다 효율적이고 브랜드 안전성이 높은 방식으로 자신들의 CTV광고 캠페인을 기획, 집행, 측정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넷플릭스와 더 트레이드 데스크 사이에서 이뤄진 국내 프로그래매틱 파트너십 확대는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넷플릭스가 자사의 프리미엄 인벤토리를 프로그래매틱 방식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개방한 것은 업계에 있어 이정표로 기록될만한 소식인 것이다. 이번 양사간 파트너십을 통해 비로소 한국의 광고주들도 지금까지 어려웠던 고도화된 타겟팅 및 캠페인 관리 기능을 갖춘 프리미엄하며 브랜드 안전성이 높은 스트리밍 환경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마케터들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가장 참여도가 높은 시청자층에 도달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콘텐츠 수준 제어(content-level controls) 및 곧 도입될 노출 빈도 제어 기능과 같은 첨단 캠페인 관리 기능 역시 활용 가능해졌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향후 퍼스트파티 데이터와 리테일 미디어 데이터를 활용한 추가 타겟팅 기능도 출시될 예정으로 있다. 다른 선진 시장에서 프로그래매틱 CTV 광고를 핵심 미디어 전략 요소로 자리잡게 이들 기능들을 한국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프로그래매틱 CTV 광고는 한국 주요 브랜드들의 마케팅 믹스 (Marketing Mix)에서 앞으로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프로그래매틱 광고는 다소 경직되고 불투명했던 기존 광고 구매 프로세스를 효율적이고 스마트하게 변화시킨다. CTV 환경에서 이는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브랜드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정밀하게 시청자를 타켓팅할 수 있는 환경이 광고주들에게 제공될 수 있음을 뜻한다. 무엇보다, 프로그래매틱 광고 방식은 변화 속도가 빠른 한국 시장에서 민첩한 미디어 플래닝을 가능케 한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프로그래매틱 채널을 통해 더 많은 프리미엄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되고 마케터들이 CTV에 점차 확신을 갖게 되면서 한국 광고 시장은 이제 중대한 변화를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한때 실험적이거나 부차적인 매체로 여겨졌던 CTV가 한국에서도 마케팅 믹스의 핵심적인 부분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넷플릭스와 같은 프리미엄 콘텐츠 플랫폼이 한국 시장에서도 프로그래매틱 채널을 통해 접근 가능해진 것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서는 일이며, 이는 곧 한국의 CTV 광고 시장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알리는 강력한 시그널이다.
결론적으로 CTV 광고 인프라의 진화, 양질의 관련 인벤토리의 확장, 광고 성과를 정확히 측정하고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광고주들의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이때, 데이터 기반 전략을 수용하고 소비자들이 실제로 머무는 공간에서 이들과 진정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광고주들에게 필자는 지금이 바로 CTV를 통한 광고 캠페인을 적극 고려해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싶다.
글: 방종환 더 트레이드 데스크 한국 지사 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