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제조 업체들이 한국 원화가 약세를 보일 때 수출 단가를 낮추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환율이 다시 1400원대를 넘어 원화가 약세 기조를 보이는 상황에서 대만 기업들의 수출 단가 조정 전략이 한층 가속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완유 정 영국 버밍엄대 부교수 연구팀이 22일 세계경제학자대회(ESWC)에서 “대만 수출기업 대부분이 달러화로 가격을 책정하지만 경쟁국 환율 움직임이 실제 가격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대만은 전체 수출의 90.6%가 달러화로 거래되며 지난해 한국 수출 대금의 84.5% 역시 달러화로 결제됐다.
연구팀은 특히 원화에 주목해 2010~2019년 대만 세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원화가 절하될 때 대만 기업들이 수출품 가격을 10%가량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과 수출품 구조가 유사한 기업일수록 환율 영향력은 기존 대비 최대 55%까지 크게 증가했다.
대만과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도(ESI)는 45.54로 한국은 대만 주요 수출 경쟁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대만의 수출 경쟁국 2위인 일본 엔화와의 연관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일본 수출입 결제가 상당 부문 엔화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원화 약세 심화와 대미 수출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대만 업체들의 수출 가격 전략 변화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6원 오른 1400.0원에서 출발해 장중 1400.5원까지 상승했다. 장중 1400원을 넘어선 것은 이달 1일(1401.7원) 이후 3주 만이다.
같은 날 정부의 재정지출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도 발표됐다. 크리스토퍼 에반스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진은 “경기 불황기에 재정지출을 확대한 국가에서는 기업들이 이를 수요 악화 신호로 받아들여 가격을 낮췄다”면서 “이로 인해 소비는 늘어나는 동시에 실질 환율은 평가절하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기 확장 국면에서 재정지출을 늘릴 경우 소비 진작 효과가 제한적이고 실질 환율은 절상되는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이밖에 고동균 서강대 연구팀은 강달러 상황에서 수출기업들의 수익성에 관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진은 최근 강달러 상황에서도 수출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지 않은 이유는 해외 자회사 배당에 따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모기업의 현금 흐름과 해외 현금 보유를 증가시켜 고정 투자 및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ESWC에서는 세계계량경제학회 회장인 래리 새뮤얼슨 예일대 교수가 거시경제학의 기초가 되는 ‘개인 선택 모델’에 대해 발표했으며 주요 연사들의 강의를 끝으로 5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