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강남·서초 뒤따라
‘마용성양’도 오름세 지속
5월 거래량 한 달 새 30% ↑
공급 확대 공약 영향 우려
규제구역 추가 지정보다
보유세 강화 등 대책 필요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강남 3구를 넘어 비강남까지 번지면서 새 정부가 여전히 ‘빈칸’으로 남아 있는 부동산 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구역 추가 지정 등 기존에 시도된 정책을 되풀이하는 것보다 보유세 강화·주거 안정 지원 등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15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6월 둘째주 기준 서울 강남·서초·송파·마포·용산·성동·양천 7개 자치구 아파트값이 올해 들어 매주 오름세를 지속했다.
누적 상승률이 높은 곳은 송파구(6.88%), 강남구(6.15%), 서초구(5.64%)지만 성동구(3.91%), 마포구(3.4%), 용산구(3.31%), 양천구(3.26%) 등 비강남 지역의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강남 3구와 성동구 등이 매매가격지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여름에 이어 올해 5월에는 마포·양천구가 전고점을 넘어섰다. 마포구는 5월 넷째주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101.4를 기록하며 2022년 1월의 전고점(101.29)을 돌파했고, 양천구는 5월 둘째주(100.83)에 전고점(2022년 1월 100.73)을 넘어섰다.
지난 3월 강남 3구와 용산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다음 순위 투자처로 꼽히는 마포·성동·양천·영등포구 등 비강남 지역에서 상승 거래가 집중된 영향이 커보인다.
이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011건으로, 신고 기간이 보름가량 남은 가운데 전월(5412건) 대비 30% 가까이 증가했다.
문제는 집값이 다시 들썩거리는데도 아직 부동산 시장에 대한 새 정부의 뚜렷한 메시지와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주택 공급을 늘리고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언급을 했을 뿐 부동산 정책의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하진 않았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는 사실상 집값이 오르는 시기에만 가능하다”며 “새 정부가 공급 확대를 거의 유일한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 시장에 일종의 상승 신호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의 가격 상승을 억누르기 위해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과거 시행됐던 가격 억제책을 재활용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임 교수는 “규제구역 확대는 문재인 정부에서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며 “현재 집값이 오르는 원인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수요 억제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례로 투기 수요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는 보유세 강화로, 갭투기 등 부풀려진 전세 수요는 전세대출·보증 축소로 가능하다”고 했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역과 무관하게 부동산 세금 기반을 중장기적으로 합리화해 투기에 대한 정부의 원칙과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집값 상승의 원인을 단순히 ‘투기 수요’로 보는 과거 정부의 실책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나왔다.
김 교수는 “정부가 투기 수요를 잡아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있다는 기대를 버리고, 당장 가격 상승으로 피해를 보는 전세 임차인 등에 대한 주거 안정 정책 설계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