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중계 업무보고, 국정 긴장 높이고 길 잡는 무대 되어야

2025-12-14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12일 정부 부처와 소속 기관의 내년도 업무보고를 받았다.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해 넘기 전 12월에 하는 업무보고는 처음으로 전 과정이 생중계되고 있다. “국민에게 국정 청사진을 투명하게 제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해달라”는 이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다. 공직사회의 책임과 긴장을 높이고, 국민과 소통하는 국정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대통령과 정부 부처가 문답·토론하는 업무보고에선 민생·노동개혁, 지역균형발전 같은 이재명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가 다뤄졌다. 이 대통령이 전세사기 피해자의 보증금 일부를 정부가 먼저 지급하도록 한 정책, 최저가 입찰 관행 검토를 국토교통부에 지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고용노동부에 심야 노동자 보호 대책을 강조하고, 쿠팡과 같은 개인정보 유출 기업에 경제 제재 강화를 주문한 것도 실시간으로 공개됐다. 이 대통령 지시 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정보 유출 기업에 대한 징벌적 과징금을 현행 매출 3%에서 ‘최대 10%’로 상향 도입하기로 했다. 공개적인 보고·지시가 이처럼 신속한 개선책이 나오는 배경이 됐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이 국가 균형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자리에서 지방시대위원회와 국토부는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일정을 최대한 당기고, 전 국토의 ‘5극3특’ 재편 전략을 추진할 구체적 방향을 내놓았다.

생중계 업무보고가 순기능만 있는 건 아니다.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에게 외화 밀반출 사태를 물으며 “말이 길다” “업무 파악도 못했다”고 한 이 대통령 질타는 전 정권 인사 압박·모욕주기라는 야권의 반발도 불렀다. “나보다 모른다”는 식의 질책은 업무보고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공직사회의 긴장을 높일 수 있으나, 만기친람·책임 행정 간여 시비를 부를 수 있어 절제하는 게 옳다. 동북아역사재단 보고 때 이 대통령의 ‘환단고기’ 발언도 부적절한 논란을 낳았다. 대통령실은 14일 “환단고기 연구를 동의하거나 검토하란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위서로 결론난 문제를 다루는 게 맞냐”는 야당 반박이 이어졌다.

대통령은 국정 전반을 파악하고, 정부 부처는 국정 철학·방향을 공유하는 통로가 업무보고다. 일방적 지시와 무성의한 보고가 아니라, 대통령과 공직사회가 토론·숙의로 새해 국정 틀을 그려가는 건 바람직하다. 국민 공감과 이해도가 높은 국정 방향이 나와야 6대 개혁 추진을 약속한 이재명 정부의 집권 2년차도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생중계 업무보고’가 내란으로 폐허가 된 국정을 정상화하고, 투명한 국정을 실천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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