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는 뉴노멀”…‘롯데·CJ’ 1500억 달러 대미 투자 나선 K유통

2025-08-26

한국 기업, 미국에 1500억 달러 투자 계획…CJ·롯데도 동참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투자 확대 통해 미국 사업 탄력 전망

다수 기업 투자 여력↓, 가격인상·비용효율화 등 대응책 고심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내 주요 기업들이 미국에 대한 투자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가운데, 방미길에 동행한 CJ와 롯데도 현지 투자에 동참하기로 했다. 이변 없이 회담이 종료되며 15% 관세는 유지됐지만, 추가적인 불확실성은 해소된 만큼 향후 유통가의 관세 대응책 수립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한·미 정상회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계획 중인 1500억 달러(약 209조 원) 규모 대미 투자에 CJ와 롯데도 참가한다. 지난 25일(현지시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주관으로 양국 주요 기업인이 참석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류진 한경협 회장은 한국 경제계 대표 발언을 통해 한국 기업들이 1500억 달러 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 등 국내 주요 유통기업 경영진도 이번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했다. 류 회장이 밝힌 1500억 달러에는 CJ와 롯데가 투자하기로 한 금액도 합산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양사의 구체적인 투자 분야나 금액과 관련해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롯데 그룹 관계자는 “롯데도 이번 투자에 포함돼 있으나 현재 미국 양극박 공장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 외에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CJ그룹 관계자도 “이번 투자에 CJ도 포함된 것이 맞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

CJ는 현재까지 미국에 누적 7조9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진행했다. 핵심사업인 식품의 경우 CJ제일제당 현지 공장 등으로 관세 영향에서는 비껴나 있지만, 그룹 차원에서 미국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신규 투자 가능성이 점쳐진다. CJ는 현재 ENM, CGV, 대한통운 등 계열사를 통해 미국 내 문화·물류 분야에 진출해 입지를 다지고 있다.

롯데도 미국에서 호텔, 화학, 벤처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을 대신해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가 참석한 만큼, 올해 시작한 미국 내 호텔 프랜차이즈 사업에 좀 더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밖에도 롯데는 K푸드 열풍에 힘입어 롯데웰푸드 ‘빼빼로’, 롯데칠성음료 ‘밀키스’ 등을 통해 수출 물꼬를 트고 있으며, 최근 롯데리아 1호점을 여는 등 현지 식품·외식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CJ, 롯데가 대미 투자에 동참하면서 유통가에서도 신규 투자가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현재 농심, 대상, 풀무원 등이 미국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오뚜기와 SPC도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현지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미국에 화장품 ODM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도 현지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이 K푸드와 K뷰티 핵심 시장으로 부상한 만큼, 현지 생산기반 구축에 따른 이점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투자 여력이 충분한 주요 대기업을 제외하면 다수 기업들은 ‘관세 적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초기 생산 인프라 구축에 드는 비용이 크고, 인건비·물류비 등도 상대적으로 비싸 충분한 수요가 없다면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공장 건설에 나서더라도 완공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인 만큼 공장이 완공되는 시점 즈음에는 미국에 새 행정부가 들어선다. 관세 정책이 장기간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기대다.

가격 인상이나 물류비 절감 정도를 제외하면 관세에 대응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은 수출기업들의 골머리를 썩이는 요소다. 경쟁 제품이 많은 시장 특성상 가격 인상이 소비자 저항에 부딪혀 자충수가 될 수 있다. 탄탄한 인지도를 구축해 ‘대체품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삼양식품 ‘불닭’은 현재 미국 수출 제품 가격 인상을 준비 중이다. 반면 롯데 ‘빼빼로’나 ‘밀키스’는 제품 경쟁력을 고려해 당분간 현재 가격을 유지하되 비용 효율화를 통해 관세 영향 축소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현지 생산 공장 건설은 막대한 투자비용을 감당하는 것은 물론 규모의 경제까지 담보돼야 가능한데,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여력이 있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차별적 경쟁력을 지닌 제품이 아니라면 가격 인상도 쉽지 않은 선택지인 만큼, 어떻게 관세 충격을 흡수할지가 당분간 미국 수출의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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