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대미 전략 첫 시험대, '투자대비수익'이 필요하다

2025-08-25

한미정상회담이 25일(미 현지시간) 열린다.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을 포함, 주요기업 총수들도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다. 이재명 정부의 첫 한미정상회담인 만큼 기대가 크다.

회담은 '대미 투자'를 골자로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원하는 건 자국 제조업의 부흥이다. 미·중 무역 경쟁이 심화하면서 반도체·자동차 등 주요 산업 공급망을 미국에 두려는 시도다. 공급망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미국 내 제조업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여기에 미국 일자리 창출까지 가능하니 일석이조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나라 정부 뿐 아니라 기업에도 대미 투자 확대를 강요하고 있다. 고관세가 압박 무기다. 미국은 한미 관세협상 전 25%를 예고했지만, 한국이 3500억달러 수준의 직·간접 대미 투자를 조건으로 15% 상호관세를 낮췄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반도체를 포함한 품목별 관세 등이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쓸 '카드'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뜻이다.

이는 25일 우리 정부와 기업이 워싱턴에서 맞닥뜨려야 할 도전이다. 트럼프 정부의 일방적 대미 투자 요구를 어떻게 상호호혜적 관계로 이끌어내는 지가 관건이다. 대미 투자라는 선물 보따리를 풀되 투자 본연의 목적을 달성해야한다.

투자의 목적은 이익을 얻는 것이다. 수익 없는 투자는 곧 실패한 사업이다. 기업에는 당연한 일이고, 정부라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미 투자로 거둘 이익은 무엇일까. 높은 현지 인건비와 한국과 다른 정치·경제·사회적 환경을 감수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우선 '고객'이 떠오른다.

가령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확대한다면 이는 곧 생산시설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대미 투자는 이 생산시설을 이용한 '미국 고객'의 추가 확보로 이어져야 한다. 최근 삼성전자가 테슬라·애플 등 미국 빅테크 기업과 계약을 맺은 것보다 많은 미국 고객을 우리 기업이 품어야 한다. 그래야 '투자대비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우리도 카드는 있다. 반도체를 포함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가장 피하고 싶은 부분이다. 이 공급망을 동맹국인 한국과, 거기에 더해 미국 안에 구축한 성과를 얻으려면 미국 고객이 움직일 수 밖에 없다.

특히 반도체는 이제 '맞춤형'의 시대다. 고객이 요구하는 최적화된 반도체를 공급해야한다. 우리나라 메모리 산업의 주요 먹거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도 차세대 제품(HBM4)부터는 고객 맞춤형이 대세가 된다.

고객 맞춤형 제품 시대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지금과는 결이 다른 고객과의 접점이 요구된다. 보다 끈끈한 네크워크가 필수다. 단순 공급자와 수요자 관계가 아닌 기업 간 '동맹' 체제를 구축해야한다. 동맹은 이제 국가 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이같은 전략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대미 투자 주체인 기업이 다수의 미국 고객을 확보, 투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정부도 한국 기업과 미국 고객과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야 가능한 일이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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