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계약에 서명하기 직전 제동이 걸린 체코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과 관련해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계약 지연에 따라 어느 정도의 손해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체코 원전 수출은 입찰 경쟁자였던 프랑스 전력공사(EDF)의 계약 절차 중단 가처분 신청이 체코 법원에 의해 인용되면서 중단된 상태다.

8일(현지시간) 황 사장은 체코 프라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준비했던 것이 지연되는 만큼 어느 정도의 손해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사장은 “8년 동안 노력한 것이 불발되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이었는데 지연돼서 송구하다”며 “체코 정부나 체코전력공사(CEZ)가 대응을 준비하고 있고, 우리도 대응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CEZ는 이르면 다음 주 체코 법원의 계약 중단 가처분 명령에 대한 기각 신청을 할 예정이다.
황 사장은 “계약을 하고 우리 인력을 (정상적으로) 투입했으면 이에 대한 정산을 받았을 것”이라며 “인력을 (투입하지 못하고)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에 대한 손해를 예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구체적인 손해액은 최종 계약을 체결한 뒤에, 해당 시점까지의 정산 액수 등으로 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한수원의 설명이다. 앞서 다니엘 베네시 CEZ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수개월 정도 지연되면 (CEZ의 손해가) 수억 코루나(약 수백억원) 정도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 사장은 다만 “체코 정부가 내각회의에서 계약의 모든 것을 승인했기 때문에 잘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7일 체코 정부는 계약 중단 가처분이 취소되는 즉시 건설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사전 승인’했다. 일종의 ‘패스트트랙’으로, 한수원과의 계약 서명 전에 미리 해둘 수 있는 것을 모두 해놓아서 향후 절차 지연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번에 한수원 등 ‘팀 코리아’가 체코 기업과 맺은 신규 원전 건설 관련 업무협약(MOU)과에 대해 황 사장은 “확실한 공급망이 있는 한국 기업을 쓰는 것이 1순위지만, 체코 현지 기업을 쓰는 것도 경제적일 것”이라며 “체코의 현지화(현지 기업 참여) 요구를 받아들이기도 하고, 한국 기업의 수요도 만족시키는 접점을 찾는 것이 한수원의 사업 관리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행인 것은 체코가 상당히 높은 공업 수준을 갖고 있어 우리와 파트너할 업체가 많다”고 덧붙였다.
황 사장은 또 한수원이 모기업인 한국전력을 상대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추가 공사대금 10억 달러(약 1조4046억원) 정산을 요구하는 중재 신청을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제기한 것과 관련해 “정산액이 10억~20억원 정도면 당사자끼리 협의해도 되겠지만, 큰 액수는 중재를 받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상업적인 활동에서 이 정도 큰 규모는 다 이런 절차를 거치게 돼 있다”며 “국제 망신이라는 이야기는 전혀 해당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체코 프라하=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산업부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