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에게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까지 남은 시간은 앞으로 9개월. 미국(7일), 멕시코(10일)와 두 차례 평가전이 예정된 미국 원정은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마친 홍명보호가 북중미 월드컵을 겨냥해 ‘아시아 밖’으로 내디디는 첫 걸음이다.
▶월드컵 개최지에 대한 적응 ▶주장 교체를 둘러싼 논란 ▶새로운 혼혈선수 옌스 카스트로프 발탁 ▶대표팀 플랜 B 테스트 등이 이번 미국 원정의 주요한 관전 포인트다.
홍 감독은 지난 1일 원정길에 오르면서 “월드컵 체제에 들어가면서 매 경기가 중요해졌다. 월드컵을 위해 어떤 선수가 경쟁력 있을지 계속 실험해봐야 한다”면서 “부상 선수도 있지만, 좋은 팀들을 상대로 어떤 대안을 찾을 수 있을지 준비할 수 있는 경기도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홍 감독은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플랜A’로 계속 경기해서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동아시안컵 때부터 ‘플랜B’도 시작했는데, 이번에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도 실험해 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주장 문제와 관련해서는 “주장과 관련해 (지난 기자회견에서) 제가 언급했던 것은 앞으로 팀이나 선수들의 변화가 있을 거라는 ‘가능성’을 얘기한 것이다. 월드컵까지 남은 시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라면서 “제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카스트로프는 1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의 축구 대표팀 숙소에 도착해 팀원들과 처음으로 만나고 대한민국 국가대표로의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카스트로프는 홍 감독을 비롯한 팀 구성원들과 만나 반갑게 인사하며 안면을 트고 스트레칭 등 회복 운동에도 참여했다.
이번 2연전을 위해 홍 감독은 총 26명의 선수를 소집했다. K리거가 10명, 해외파가 16명이다.

역대 월드컵을 돌이켜보면 1년은 모든 것을 뒤바꿀 수 있는 긴 시간이다.
2002년 월드컵을 약 1년 앞두고 히딩크 감독은 2001년 5월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프랑스에 0-5로 패한데 이어 8월 유럽 원정에서 체코에 0-5로 패했다. 이 경기 이후 그에게는 '오대영 감독'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지만 “패하더라도 강팀과 경험을 쌓아야 한다”며 자신만만했다. 히딩크 감독은 2001년 겨울에도 당장 평가전의 승리보다는 선수들 체력 강화에 힘을 쏟았고, 결국 월드컵 4강이라는 기적 같은 성과를 만든 원동력이 됐다.
2006년 독일 월드컵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1년 앞두고는 아시아 최종예선을 마친 후 감독을 교체해 완전히 팀을 새로 만드는 깊은 내홍을 겪었다. 2005년에는 요한 본프레레 감독이 사임하고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부임해 9월부터 팀을 이끌었다. 이때 홍명보는 코치로 팀에 합류해 월드컵을 코치로 치르는 경험을 쌓았다.
2013년 6월에는 최강희 감독이 ‘한국을 월드컵 본선에 올린 후 물러나겠다’는 공언했던 대로 사표를 던졌다. 조광래 전 감독의 전격 경질로 2011년 12월 떠밀려 사령탑에 오를 때부터 최 감독은 최종예선 후 전북 현대로 복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홍명보 감독은 약 1년 1개월간 팀을 이끌며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치렀지만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는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탈락 위기에 몰리면서 사령탑이 바뀌었다. 올리 슈틸리케 감독의 뒤를 이어 2017년 7월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은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우즈베키스탄, 이란과 잇달아 무승부로 승점 2점을 추가하며 가까스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다른 나라의 경기 결과에 따라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될 수도 있던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는 대회를 약 3년 앞두고 비교적 이른 시점에 대표팀 감독이 바뀌었다. 성적 부진으로 핌 베어벡 감독이 자진 사퇴한 후 허정무 감독이 사령탑에 올랐다. 허정무 감독으로서는 1995년 대표팀 감독 대행, 1998~2000년 국가대표팀 감독에 이어 세 번째 국가대표 감독을 맡은 것이다. 허 감독은 최종예선을 무난히 통과했고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이라는 성과를 냈다.
4년이라는 임기를 꽉 채운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부임해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마친 파울루벤투 감독이 유일했다. 월드컵 직전까지 국내에서는‘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가 과연 한국 대표팀에 적합한 전술인가’라는 논란이 이어졌다. 그러나 벤투호는 우루과이(0-0 무승부), 가나(2-3 패배), 포르투갈(2-1 승리)을 상대로 선전하며 16강에 올랐다.
홍 감독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이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김도훈 감독대행에 이어 지난 7월 지휘봉을 잡았다. 울산 사령탑에 물러나고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되는 과정에서 극심한 비판을 받았다.
축구 국가대표팀 9월 미국·멕시코 친선경기 명단(26명)
▲ 골키퍼= 조현우(울산) 김승규(FC도쿄) 송범근(전북)
▲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변준수(광주) 이한범(미트윌란) 김주성(산프레체 히로시마) 김태현(가시마) 이명재(대전)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 김문환(대전)
▲ 미드필더= 박용우(알아인) 백승호(버밍엄시티) 박진섭(전북)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 서민우(강원) 김진규(전북) 이재성(마인츠) 배준호(스토크시티) 정상빈(세인트루이스) 이동경(김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 공격수= 오현규(헹크) 손흥민(LAFC) 오세훈(마치다 젤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