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또 '피스메이커' 칭찬 세례…트럼프 "힘들 땐 언제든 콜미"

2025-10-29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한·미 정상회담 확대 오찬 공개 발언을 “트럼프는 ‘처음’ 또는 ‘유일한’ 이런 단어를 많이 가지고 다니신다”는 칭찬으로 시작했다. 2개월 전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 대통령께서 오벌오피스 새로 꾸미고 있다는 데 황금색으로 빛나는 게 미국의 새 번영을 상징하는 것 같다”고 입을 뗐던 것과 유사한 ‘칭찬 전략’이다.

두 정상은 지난 8월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 이후 65일만인 이날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다시 회담했다. 이 대통령은 “정말 놀라운 건 대통령 취임한 지 9개월이 됐는데 전 세계 8곳의 분쟁 지역에 평화를 가져왔다. 정말 피스 메이커 역할을 잘하고 계신다”며 “김정은이 대통령의 진심을 아직 제대로 수용 못 해서 불발되긴 했지만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면담 회담을 요청하고, 언제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씀한 건 그 자체만으로 한반도 평화 온기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또 지난 회담 발언을 인용해 “한반도에도 평화 만들어주시면 그렇게 하도록 여건 조성하는 페이스메이커 역할 충실히 하겠다고 다시 말씀드린다”고도 말했다.

오찬장 테이블 위에 꽃 ‘피스 릴리’(Peace lily, 평화의 백합)가 놓였고, 디저트 접신엔 ‘PEACE!’란 문구가 새겨졌다. 노벨 평화상을 원하는 트럼프가 ‘분쟁지역 해결사’라는 별칭을 좋아한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트럼프는 “세계에 이렇게 많은 문제가 있는 줄 몰랐다”며 “러시아·북한 문제 말고는 다 해결할 수 있었다”고 화답했다. 이어 “제가 좋아하는 단어가 상식(common sense)”이라며 “미·북 관계가 해결되는 것이 상식이고, 그게 필요하다고 보지만, 결과적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끝으로 “우리는 좋은 관계였고, 우리가 함께 간다면 역사적으로도 가장 위대한 한국 대통령으로 기억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회담이 비공개로 전환된 뒤 트럼프는 이 대통령에게 “어려운 일 있으면 아무 때나 연락하라”는 말을 격의 없이 건넸기도 했다고 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런 사실을 전한 뒤 “회담 내내 두 정상 간 유대가 더 돈독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를 경주박물관 앞에서 마중했다. 트럼프의 전용 리무진 ‘더 비스트’가 노란색 전통 복장을 한 취타대의 인도를 받으며 오후 2시 12분쯤 경주박물관 앞에 도착하자, 이 대통령은 성큼성큼 걸어가 레드카펫 끝에서 차량에서 막 내린 트럼프를 맞았다. 트럼프는 환한 표정으로 악수하며 왼손으로 이 대통령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트럼프는 방명록에 “위대한 정상회담의 아름다운 시작”이라고 적었다.

회담에 앞서 이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무궁화 대훈장을 수여하고, 선물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는 양국 정상과 비서실장(강훈식과 수지 와일스) 그리고 의전장(김태진과 모니카 크롤리)만 함께 했다. 무궁화 대훈장은 최고 훈장으로, 안전 보장에 기여한 우방국 원수에게만 예외적으로 수여해왔다. 트럼프는 이 훈장을 받은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다. 김태진 의전장이 수여에 앞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의 물꼬를 터주신 트럼프의 업적을 기리면서 평화와 번영에 미리 감사하는 마음으로 훈장을 드린다”고 말하자. 트럼프는 “대단히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하면서 “너무나 아름답다. 당장 착용하고 싶다”고 반색했다. 이 대통령은 현존하는 신라 금관 중 가장 크고 화려한 천마총 금관을 본뜬 모형을 선물했다.

오찬은 트럼프의 고향인 뉴욕의 성공 스토리를 상징하는 사우전드아일랜드 드레싱이 쓰인 전채 요리로 시작해 마지막은 금가루로 장식된 브라우니로 끝났다. 이 대통령이 이날 앞서 오전 행사에서 맸던 빨간색과 파란색이 교차하는 넥타이를 풀고 황금 빛 넥타이를 새로이 맨 것도 의도적이었다.

반대로 트럼프는 네이비 양복에 평소 즐겨 매 온 빨간색(공화당 상징색) 넥타이 대신 파란색 넥타이를 매치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을 택해 이 대통령을 예우한 것이다. 트럼프는 6년 전 방한 때도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다.

트럼프는 한국을 2번 국빈으로 방한하는 첫 외빈이다. 당초 이날 오전 10시 반께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먼저 방문한 일본 도쿄에서 1시간가량 늦게 출발하면서 한국 입국 시간도 지연되고 정상회담을 포함한 일정이 줄줄이 밀렸다. 에어포스원은 주한미군의 F-16 전투기 두대의 호위를 받으며 한국 상공에 진입왔다. 트럼프는 입국해 카메라를 향해 시그니처 포즈인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으로 한국에 첫 인사를 했다. 예포 21발이 발사됐고 군악대는 트럼프의 대선 유세 때 활용한 1970년대 히트곡 ‘YMCA’를 연주했다.

한편 이날 백악관이 유튜브 공식 채널을 통해 한·미 정상회담을 실시간 생중계하는 사이 영상 제목을 ‘트럼프 대통령, 대한민국 국무총리(Prime Minister)와의 양자 회담 참석’으로 내보내 “외교적 결례”란 지적이 있었다. 당초 백악관이 하루 앞서 공지한 일정에도 “The President holds a bilateral meeting with Kim Min-seok, Prime Minister of South Korea”(대통령이 한국의 김민석 국무총리와 양자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란 동일한 실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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