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관세합의 이행을 위한 행정 명령에 서명하면서 일본이 한국보다 앞서 15%로 낮춘 자동차 관세 등을 적용받게 됐다. 일본의 관세 적용은 2주 내에는 이뤄질 전망이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는 5일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소식이 전해진 직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호관세(15%)와 자동차 관세(15%) 인하 조치 소식을 알리며 “미국과 2개의 문서 작성을 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요구에 응하는 형태로 작성한 것으로 첫 번째는 관세 협상을 주도한 아카자와 료세이(赤沢亮正) 경제재생담당상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사이에 체결됐다. 일본이 약속한 대미(對美) 투자금 5500억 달러(약 760조원)에 대한 것으로 이시바 총리는 이에 대해 “일·미 공통이해를 확인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라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투자에 쓸 수 있는 돈”이라며 주도권이 미국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투자금이다. 일본은 5500억 달러에 대해 민간 기업의 투자금 융자와 보증 등이라며 수세적인 입장을 보여온 바 있다. 이시바 총리는 두 번째 문서에 대해선 “양국 약속을 재확인하는 공동성명”이라고 짧게 언급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번 관세 합의 이행을 계기로 “미·일 황금시대”를 언급했다. 일본은 이번 관세 협상 과정에서 ‘미·일 황금시대’를 내세워왔는데, 이런 내용을 담은 친서를 자신의 측근인 아카자와 경제재생담당상을 통해 보냈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일본으로 초청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관세 합의 이행에 대한 성과를 설명했다. 자신이 “관세보다 투자”를 일관되게 강조해왔으며 이번 합의는 그에 따른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일·미 쌍방이 이번 합의를 성실하고 신속하게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시바 총리는 “일련의 대처를 통해 일·미 동맹의 한층 강화, 경제·안전보장의 확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 촉진에 이어지도록 정부로서 많은 분의 이해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날 열 번째 미국 출장길에 올랐던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 명령에 서명하는 모습이 담긴 백악관 사진을 공유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자동차 관세 인하 적용 시점이 “최대 2주 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일본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자동차 관세 문제를 해결했지만 불안 요소는 남아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복수의 정부 관계자 발언을 빌어 미국이 5500억 달러 외에도 미국산 쌀 수입, 항공기 구입 등에 대한 문서화를 요구해 협의가 정리되면 문서를 공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이 미국 정부와 관세 협상을 매듭지은 것은 지난 7월의 일이지만 ‘구두 합의’로 마무리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공동 문서를 작성할 경우 일본 정부가 주도권을 잡지 못할 것을 우려해 문서화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미국이 5500억 달러 투자에 대한 ‘문서화’를 요구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트럼프 정권이 요구하고 있는 방위비 인상 역시 부담 요소다. 아사히는 이날 미국 국방부 고위 인사가 일본의 방위비에 대해 “명확하게 불충분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일본이 오는 2027년까지 GDP(국내총생산) 대비 2%까지 방위비 인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이, 가능한 한 빨리 방위비에 지출해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GDP 대비 2.32%를 방위비에 투입하고 있는 한국을 거론하며 “방위비 지출, 대규모 군조직, 강력한 방위산업 기반이라는 점에서 모범적 동맹국”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