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국고보조금 디지털화폐로···세계 첫 공공부문 도입

2025-08-22

정부가 내년부터 일부 국고보조금을 디지털화폐(예금 토큰) 형태로 지급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보조금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고, 금융·행정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조치다. 공공부문에 디지털화폐를 도입하는 것은 세계 최초 사례다.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은행과 협력해 내년 상반기 디지털화폐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한은이 구축한 블록체인 시스템을 기반으로 시중은행이 화폐를 발행하고, 수급자는 전자지갑(앱)으로 보조금을 지급받는다. 기존 통화와 동일한 가치를 지니지만, 사용처는 보조금 목적에 한정된다. 예컨대 설비투자 보조금을 수급한 기업은 자재업체나 지정 거래처에서만 해당 화폐를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실시간 추적이 가능한 디지털화폐가 보조금 부정 사용을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국고보조금은 112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에 달했으며, 지난해 부정 수급 적발 건수는 630건으로 통계 작성 이후 최다였다. 연구개발(R&D) 지원금이나 시제품 제작비가 술자리 비용 등 용도 외로 쓰이는 사례도 빈번했다.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기존에는 은행 계좌로 보조금을 받은 뒤 다시 거래처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은행·카드사·전자결제대행사(PG)에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다. 디지털화폐는 거래처 전자지갑으로 즉시 지급이 가능해 수수료 절감과 지급 시간 단축이 동시에 이뤄진다.

정부는 시범사업 성과를 토대로 사용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온누리상품권, 지역화폐, 민생 소비쿠폰 등도 디지털화폐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정 지역이나 업종 가맹점으로 사용처를 한정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산 집행의 효율성과 정책 효과를 강조하며 적극적인 추진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사업인 '프로젝트 한강'의 연장선에서 이번 시범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공공부문에 디지털화폐를 가장 먼저 도입하는 만큼 제도적 안정성과 기술 신뢰성이 관건이 될 것"이라며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다른 나라에서도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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