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출간된 프린스턴 대학교의 스티븐 마세도 교수와 프랜시스 리 교수의 저서 『코로나의 흔적』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각국의 과도한 정책대응으로 인해 코로나가 경제적·사회적으로 전 세계에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저자들은 우선 ‘강력한 봉쇄조치가 성공적이었다’는 중국 정부의 주장을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정함으로써 이러한 대응이 글로벌 표준이 된 것을 문제 삼는다. 당시 대부분의 나라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학교와 식당, 바 등의 문을 닫거나 영업을 제한했으며 동시에 기업들의 재택근무를 권장했다. 이에 따라 도소매와 음식·숙박 등 저부가가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직원이 직장을 잃었다. 이들 조치가 물가를 올리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어 소득불균형을 확대한 것은 알려진 바와 같다.

문제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 그러한 희생이 꼭 필요했는지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스크 착용이나 자가격리를 의무화하지 않은 스웨덴도 다른 유럽국들과 마찬가지로 사망률이 점차 개선됐다. 미국의 50개 주 비교에서도 강력한 봉쇄가 더 나은 성과를 가져왔다는 증거가 없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코로나 대응정책은 공중보건전문가에 의해 주도됐다. 이들은 코로나로 인한 사망과 경제적 손실, 학교를 잃은 아이들 문제, 봉쇄된 인구의 우울 사이의 균형을 따질 수 있는 전문가가 아니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히려 코로나 방역의 모범사례로 불릴 만큼 보건당국의 철저한 대응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렇지만 과연 그것이 최선이었는지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우리도 소득불균형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극단적 내수부진으로 자영업자와 영세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빈곤층이 크게 늘었다. 과도한 기업활동 제약으로 인해 투자 감소와 혁신 위축이 초래됐을 가능성이 있다. 장기적 성장세 둔화에 더해 학생들의 학습활동 제약으로 청소년들의 미래 수입 감소도 예상할 수 있다.
최근 간헐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시 유행할 조짐을 보이기도 한다. 다른 전염병이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비해 보건전문가뿐 아니라 다른 분야 전문가의 목소리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는 사회적 합의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다급한 상황에서 생명 외 다른 가치를 내세우는 것이 설득력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보건뿐 아니라 경제·사회·심리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집단지성을 끌어내 가치의 사회적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신민영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