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Petro)에서 전기(Electro)까지. 에너지는 경제와 산업, 국제 정세와 기후변화 대응을 파악하는 핵심 키워드입니다. 기사 하단에 있는 [조양준의 페트로-일렉트로] 연재 구독을 누르시면 에너지로 이해하는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이 내년 4월부터 의무적 탄소 배출권거래제(GX-ETS) 시행에 들어갑니다. 그동안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형태였는데, 내년부터는 미이행 시 부과금 같은 재정적 패널티가 주어지는 등 용어 그대로 제도가 의무화하는 것입니다. 그 동안 온실가스 감축 측면에서 다른 국가들보다 비교적 미온한 것으로 평가받았던 일본이 본격적인 규제 강화에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최대 61%로 정하면서 논란이 뜨겁죠. 일본은 에너지와 산업 측면에서 한국과 비슷한 면이 있는 만큼 일본의 사례를 짚어보면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년 4월부터 온실가스 못 줄이면 과징금 부과
먼저 일본의 의무적 배출권거래제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보면요. 일본은 2023년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형태의 배출권거래제를 시범적으로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내년 4월부터는 연간 10만 톤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대기업에 한해 제도가 의무적으로 적용됩니다. 배출 허용량을 초과하는 경우, 즉 그만큼 배출권이 부족한 경우 과징금 등 부과금을 맞게 되고요. 또 당국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의무도 지워집니다.
일본은 한국 포함 미국, 중국, 유럽 등 다른 주요국 대비 온실가스 규제가 느슨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당장 배출권 가격만 보더라도 2024년 기준 톤 당 약 2달러로 유럽(약 60 달러), 중국(약 13 달러), 한국(약 6 달러)과 비교해 낮은 축에 속하고요. 우리나라의 경우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을 내년 15%부터 시작해 2030년까지 50%로 단계적으로 높일 예정이죠. 일본은 이보다 늦은 2033년부터 전력회사를 대상으로 유상할당을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입니다.

日도 제조업·수출 중심 구조… 우려 속 ‘구조 전환’ 기대감도
당장 기업 입장에서 느끼는 부담은 상당할 것 같은데요. 일본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자동차와 전자제품,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제조업 비중이 높죠. 이런 상황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속도가 붙으면 그 영향이 만만치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 산업계는 온실가스 규제 강화에 따른 비용 부담, 온실가스 감축과 인프라 미비, 배출권 가격 불확실성 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우리나라 산업계와 ‘동병상련’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한국과 일본 모두 수출 중심 경제 구조인 만큼,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CBAM) 같은 외국의 환경 규제 강화라는 대외 변수까지 겹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본 산업계에서는 이런 우려와 함께 ‘산업 구조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내비치고 있는데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및 흡수량으로 공식 인증해주는 탄소 크레딧인 ‘J-크레딧’의 가격은 올 9월 톤 당 5400엔으로 1년 전과 비교해 3배 이상 높아졌다고 합니다. 닛케이는 J-크레딧을 찾는 현지 기업의 수요가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벌써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지만, 어쨌든 일본 기업들은 큰 정책 변화에 대한 대비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일본 산업계가 또 하나 강조하고 있는 것이 정부의 강력한 지원인데요. 온실가스 감축이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 이 부담을 산업계만 지기에는 버겁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일례로 일본철강연맹은 탄소중립기술의 개발과 설비 투자에 대한 재정, 세제 지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지난해 2월부터 향후 10년 간 총 20조 엔(약 94조 원) 규모로 ‘GX 경제이행채’라고 명명한 국채를 발행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일본 산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목적인데요. 녹색 전환에 필요한 R&D와 설비투자, 인프라 구축 등 재원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美中 탄소 감축 후퇴'는 억지 가까워… 건설적 대안 찾아야
일본 내에서 온실가스 감축 강화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친기업 성향의 일본 산케이신문은 기업의 부담이 커지면 일본의 산업 경쟁력이 약화하고, 일본 기업들이 온실가스 규제가 느슨한 국가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사례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의무적 배출권거래제를 현 상태 그대로 받아들일지 여부도 변수로 꼽힙니다. 일본에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된 것은 2022년 ‘GX 추진법’ 통과를 주도한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때였는데요. 기시다 전 총리나 다카이치 총리 모두 자민당 소속이지만, 평소 다카이치 총리가 기업의 부담 증가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와 수출 기반 경제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 이상인 일본 역시 산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내 산업계가 NDC에 대해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참고로 일본의 NDC도 2035년 60%이죠. 일본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 발전 비중이 높은 만큼 도전적인 과제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 같은 탄소 다배출 국가들도 온실가스 감축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주장을 펴며 한국이 굳이 앞서나갈 필요가 없다는 회의론을 제기하는데요. 그러나 미국은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규정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상황이고, 중국은 재생에너지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확대하는 국가입니다. 따라서 중국이 상대적으로 낮은 NDC(7~10%)를 제출했다는 점만 부각시켜 온실가스 감축에서 발을 뺀다고 한다면 사실과 다른 주장일 것 같습니다.


![[단독] NDC 61%로 높여놓고…'CCS' 예타 포기한 기후부](https://newsimg.sedaily.com/2025/11/21/2H0JHRRJXB_2.jpg)




![[단독]“SMR·그린수소 차세대 에너지 띄운다”…초혁신경제 3차 계획, 다음주 발표](https://newsimg.sedaily.com/2025/11/21/2H0JH1I2X1_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