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도피 출국’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될 때 인사검증에 관여한 법무부와 외교부, 대통령실의 역할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이 외교부와 법무부에 이 전 장관 임명과 관련한 ‘지침’을 내린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7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팀은 최근 외교부 직원들에 이어 법무부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특검팀은 이번 조사에서 지난해 1월 변호사였던 이노공 전 법무부 차관이 법무부 직원에게 직접 연락해 출국금지 해제 신청서와 양식 등을 받아간 사실을 확인했다. 이 전 차관은 이 자료를 이 전 장관에게 전달했고, 이 전 장관은 이 양식에 따라 법무부에 자신의 출국금지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특검팀은 이 전 차관이 직접 문건을 제공하는데 대통령실의 입김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이 문건이 공개된 자료라고 해도, 대통령실의 요청에 따라 제공했다면 이 전 차관 또한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 절차에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전 장관은 최근 언론에 공개한 입장문에서 “이 전 차관이 출국금지 해제 양식을 제공해 준 것은 본인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전 장관 측은 “당시 이 전 차관에게 전화해 양식을 문의했다”며 “이 전 차관은 공개된 법무부 양식이라며 메일로 도움을 줬다. 이 전 장관은 그 양식에 따라 이의신청서를 작성한 후 변호인을 통해 법무부로 보내 관련 (이의신청) 절차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외교·법무부 직원들은 대체로 이 전 장관의 주호주대사 인사검증 절차 등이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외교부 직원들의 경우 이 전 장관의 인사검증 조사가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고 한다.
법무부 직원들도 ‘현 시점에서 평가했을 때 일반적이지는 않은 검증 절차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검증 과정에서 이 전 장관이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 등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입건된 피의자 신분이었다는 것을 모를 수 있었겠냐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조치가 해제될 때쯤에도 법조계에선 ‘대통령실과 법무부 등이 출국금지 사실을 아예 몰랐다는 건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었다. 통상 공직자 신원조회 때엔 ‘수사기관으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는지 여부’, ‘법무부 출입국 관련 자료’ 등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대통령실이 이 전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 및 출국금지 해제 등에 개입한 정황 중 하나로 이 전 장관과 장호진 전 국가안보실장이 주고 받은 메시지 내역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3월6일 장 전 실장과 외교부 관계자 등이 이 전 장관과 ‘급히 상의할 일이 있다’는 취지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포착하고, 이 메시지를 시작으로 출국금지 해제를 한 것은 아닌지 보고 있다.
특검팀은 조만간 출국금지 해제 심사에 직접 참여했던 법무부 관계자들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해 3월28일 외교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공동 주관으로 열렸던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 개최 과정도 검토 대상이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3월4일 호주대사로 임명돼 같은 달 10일 호주로 출국했지만 이른바 ‘런종섭’ 논란이 거세게 일자 부임 11일 만에 이 회의에 참석한다는 이유로 귀국했다. 당시 이 회의를 놓고 이 전 장관의 ‘자진 귀국’을 위해 급조된 일정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