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딱지'가 결국 '50억 로또'...법원도 헷갈리는 투기과열지구

2025-11-17

요즘 시끄러운 규제지역의 하나인 투기과열지구에서 벌어진 ‘반전 드라마’와 같은 일화를 소개한다.

집값이 급등하던 2019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의 전용 140㎡가 법원 경매에 나왔다. 추진 중인 재건축이 끝나면 바로 옆에 들어선 국내 최고가 아파트인 아크로리버파크를 능가할 것이란 기대를 모으던 단지다.

반포주공1단지 경매의 대반전

입주권→현금청산→'반쪽' 입주권

규제지역 지정 두고 법정 소송

과잉 지정에 예외 속출 등 논란

4명이 경쟁을 벌여 A씨가 42억3000만원에 낙찰했다. A씨는 당연히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조합원 자격에 문제가 생겼다. 2017년 8·2대책에 따라 지정된 서초구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 조합이 설립된 주택은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적용을 받아 입주권이 나오지 않는 '물딱지'이기 때문이다. 이 단지는 이미 2013년 조합을 설립했다.

A씨는 조합원 승계를 조건으로 한 경매가 잘못됐다며 법원에 매각허가결정 취소 신청을 했고 법원이 받아들였다. 경매 명세서엔 입주권이 없는 ‘현금청산 대상’이라고 명시됐다.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의 예외

이후 이 아파트는 유찰을 거듭하다 2020년 27억2500만원을 써낸 B씨가 낙찰받았다. B씨는 현금청산 되더라도 낙찰금액보다 더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한 것 같다. 조합과 B씨가 현금청산 협의를 벌였지만 실패하자 조합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B씨를 상대로 매도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이 아파트의 ‘물딱지’가 뒤집어졌다. B씨가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의 예외 사례에 해당한다며 조합원 자격이 있다고 반박했다. 전 소유주가 1세대 1주택자로 10년 이상 보유하고 5년 이상 거주했다는 것이다. 사실관계를 확인한 법원은 B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변수가 나타났다. 전 소유주 부부가 이혼하면서 이 아파트의 지분을 절반씩 나눠 가졌다. 한 명이 이혼 후 유주택자인 자녀와 같이 사는 바람에 1세대 2주택자가 돼버렸다. 법원은 지분 절만만 조합원 자격을 인정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조합과 B씨는 항소했다. 서울고등법원 판결도 1심과 같았고 소송은 대법원까지 갔다. 소송 시작 5년 만인 지난 8월 대법원 판결이 다시 달라졌다. 대법원은 1, 2심처럼 ‘반쪽’ 입주권이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현금청산 금액을 변경했다. 재건축 개발이익을 반영하지 않은 1, 2심과 달리 “재건축사업이 시행되는 것을 전제로 해 평가한 가격”이라고 판단했다. 지분 절반에 대해 B씨가 받을 현금청산 금액이 16억7000만원에서 21억7000만원으로 5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 아파트는 한창 재건축 공사 중으로 2027년 말 준공예정이다. 전용 140㎡ 입주권 매물의 호가가 120억~130억원에 달한다. 경매에서 27억여원에 산 ‘물딱지’가 현금청산 금액과 입주권 시세를 합치면 몸값이 80억원 이상 나가는 ‘로또’가 됐다.

50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이라는 ‘대박’을 터뜨리는 것으로 끝나는 이 일화는 법원도 오락가락하는 투기과열지구의 한 단면이다.

지정기준조차 모호한 규제지역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지역을 대폭 확대한 10·15대책이 시행 한 달을 지나면서 더 혼란스럽다. 일부 비규제지역 집값이 뛰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국회에서는 규제지역 지정 기준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10·15대책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까지 제기됐다. 쟁점은 국토부가 지정 기준으로 삼은 집값 통계가 적법하냐는 것이지만 규제지역은 지정 기준만의 문제가 아니다.

투기과열지구는 42년 전인 1983년 법률도 아닌 행정부령(당시 건설부령)으로 도입됐다가 2002년 법률에 포함됐다. 지정 기준이 내부 지침으로 운영되다 20여년이 지난 2008년에서야 법령에 명시됐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기준인 물가상승률 대비 집값 상승률은 아직도 “현저히 높은”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유지하고 있다. 국토부가 정한 '내부 기준'이 1.5배다.

10·15대책 발표에서 정부는 법에서 정한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지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범위”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대책 브리핑에서 정부 관계자는 “향후에 발생 가능한 풍선효과를 방지할 수 있도록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최대한’으로 지정한 셈이다.

정부가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지정 전 자치단체와 협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했는지도 의문스럽다. 발표 후 서울시는 "실무 차원에서 일방 통보만 있었고 전역 지정 시 부작용을 건의했음에도 강행 발표됐다"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1979년 도입된 ‘원조’ 규제지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은 헌법재판소에 들락거릴 정도로 재산권 침해 여지가 많지만 지정기준조차 모호하다. 집값 변동률 등 정량적인 기준 없이 ‘투기 우려’만 있으면 가능하다.

토지거래허가 규제 피한 46억 아파트

토지거래허가제는 당초 도입 목적에서 벗어난 다른 용도로 쓰이면서 전용 부작용도 나타난다. 10·15대책에서 토지보다 건축물이 더 중요한 아파트를 겨냥해 사실상 아파트 거래 허가제로 쓰면서 구멍이 생겼다. 주택의 크기에 상관없이 대지지분이 허가 기준 면적(주거지역 6㎡, 상업지역 15㎡) 이하이면 규제에서 제외된다. 주로 대지지분이 작은 상업지역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에서 틈새가 벌어졌다.

여의도 상업지역에 들어선 브라이튼여의도는 ‘국평’(전용 85㎡)보다 큰 전용 101㎡ 대지지분이 14.1㎡로 토지거래허가 대상이 아니다. 최고 실거래가가 46억원이 넘는다. 최고 30억원까지 거래된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 84㎡(대지지분12.4㎡)도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다른 규제지역과 달리 지정 기간을 5년 이하로 법에 정해놓았다. 하지만 5년 이하에서 계속 재지정하면 된다.

강력한 규제에 집착한 정권의 입맛에 따라 지정부터 운영까지 누더기가 된 규제지역이 집값 안정이라는 효과를 제대로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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