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사고당시 CCTV 영상 공개… 엔진·조종 계통 등에 문제 가능성
'연료에 문제' 가능성도 일각서 거론… 해군, 음성녹음저장장치 확보

해군이 지난 29일 포항에서 비행훈련 중 추락한 해상초계기 P-3CK의 사고 당시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30일 공개했다.
해군이 유족 동의를 얻어 공개한 1분 20초 분량의 해군 포항기지 내 CCTV 영상에는 사고기가 활주로에서 이륙한 이후부터 추락하기 직전까지의 모습이 담겼다.
영상을 보면 사고기는 활주로에서 정상적으로 이륙해 천천히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던 중 갑작스럽게 땅으로 곤두박질치듯 추락했다.
다른 각도에서 찍힌 영상에서 사고기는 우선회를 위해 기체를 오른쪽으로 숙이다가 어느 순간 우측 날개가 지면을 향할 만큼 완전히 몸통이 꺾기더니, 조종석이 바닥을 향한 채로 자유낙하를 하듯 뱅글뱅글 돌면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기체 결함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사고기는 엔진이 4개 달린 프로펠러형 항공기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에 의한 데미지는 크지 않은 편"이라며 "아울러 엔진 4개가 동시에 전부 꺼지는 상황도 상상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엔진에 문제가 생겼더라도 당시 비행 속도를 고려하면 사고기처럼 급강하하지 않고 관성에 따라 일정 정도의 거리는 활강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엔진 계통의 문제보다는 조종 계통의 문제일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며 "특히 항공기의 고도를 조절하는 승강타(elevator)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이륙 후 우선회 할 때까지는 매우 안정적으로 비행했고, 영상을 보면 엔진 출력 저하 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며 "이후 갑자기 추락하는 과정은 항공역학적으로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사고 초계기가 진행중이던 장주비행(활주로를 중심에 두고 주위를 도는 비행)에 대해 "초보 조종사들도 실수하지 않는 훈련"이라며 "탑승 조종사들의 경력을 고려할 때 조종사 과실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새떼 충돌이나 난기류에 의한 사고 가능성 등도 낮아 보인다며 "결국 사고 직전 음성녹음저장장치에 기록된 조종사들 간의 대화 내역이 사고 원인 규명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군은 이날 사고 현장에서 음성녹음저장장치를 회수했다.
해군 관계자는 "사고 당시 조종사 간 대화 내용 등을 살펴볼 계획이며, 관제탑에 저장된 항적 자료를 분석해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고기는 당시 오후 1시 43분부터 활주로 접촉 후 재상승을 반복하는 '터치 앤 고'(Touch and Go) 이착륙 훈련을 진행 중이었다. 이착륙을 총 3회 반복하는 것이 훈련 목표였다.
첫 번째 이착륙을 정상적으로 마치고, 두 번째 이착륙을 위해 이륙 후 우선회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시간은 오후 1시 49분이었다.
한편 사고기는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1966년 제작해 미 해군에 납품한 기종이다. 미군에서 퇴역한 뒤 개조 과정을 거쳐 2010년 한국 해군에 도입됐고, 2030년 도태 예정이었다.
최초 제작한 지 60년 가까이 지났지만, 해군 관계자는 한국 도입 당시 "기본골격을 제외한 나머지를 사실상 새 기체 수준으로 개조·개량했고 우리 군이 인수할 때 강도 높은 안전 점검도 거쳤다"고 말했다.
사고기는 2021년 2월 25부터 8월 23일까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기체 창정비를 받았으며, 올해 연말 창정비가 예정돼 있었다고 한다.
일단은 기체 결함에 무게가 실리지만 해군은 조류 충돌이나 난기류 등 외력에 의해 초계기가 추락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이날 해군은 남구 동해면 사고 현장에 전문 인력을 투입해 사고 원인 규명 등을 위한 감식 작업을 벌였다.
[전국매일신문] 포항/ 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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