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어 삼총사’만 있다면…빛바랜 추억도 늘 반짝반짝 영롱하게

2025-05-10

반짝이는 물체를 탐하여 모으는 까마귀처럼, 어린 시절부터 영롱한 것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나의 보물 상자에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상아 목걸이와 색유리 팔찌가 들어 있었고, 줄이 끊어져 착용할 수 없는 펜던트, 시곗바늘이 멈춘 회중시계도 있었다. 친구들과 맞춘 우정 반지, 성당을 다닐 때 끼던 묵주반지, 처음 용돈을 모아서 산 은제 목걸이… 오래된 장신구를 보면 그 시절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중 몇가지는 수리하거나 깨끗이 닦아서 요즘도 착용하고 있다.

원시시대에는 동물의 이빨이나 발톱으로 장신구를 만들어 사냥 실력을 과시하거나 주술적인 의미를 담았고, 역사시대부터는 부와 명예, 신분의 상징으로 장신구를 착용했다. 나는 드러낼 부와 명예, 신분이 딱히 없으므로 ‘정체성’을 드러내는 장치로서 장신구를 활용한다. 공구 관련 강의나 워크숍을 할 때는 반드시 너트로 만든 귀걸이를 한다. 너트 귀걸이는 ‘공구 덕후’라는 정체성을 내보이기 위한 장치이다. 상황에 따라 장치는 달라진다. 우산을 수리하는 날은 우산 펜던트를 하고, 여행 갈 때는 나침반 목걸이를, 숲을 산책할 때는 새나 도마뱀 같은 동물 형상의 귀걸이를 한다. 모두 내가 만들거나 수리한 장신구이다.

“고장 난 장신구가 있으면 저에게 수리를 맡기거나 기증하세요.”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의 기술을 적극 어필한다. 잠금장치가 고장 난 진주 목걸이, 장식이 떨어져 핀만 남은 귀걸이, 고무줄이 삭은 팔찌, 멀쩡하지만 질려서 하지 않는 여러 장신구… 나는 이들을 고쳐서 돌려주거나, 해체해 다른 장신구를 만든다. 어떤 목걸이는 팔찌가 되고, 팔찌는 다시 여러 개의 귀걸이가 된다. 이렇게 만든 귀걸이는 한 짝을 잃어버려도 무방하다. 친구 H는 내가 선물한 귀걸이를 세 번이나 잃어버렸지만, 남아 있는 구슬로 매번 똑같은 귀걸이를 만들어주었다. 바다에 가면 다 함께 조개껍데기와 바다 유리를 줍고, 그것들을 꿰어 장신구로 만든다. 장신구로 만들어진 추억은 더 오래, 아름다운 형상으로 보존된다. 여행을 함께 다녀온 친구들과는 팔찌를 꿰는 파티를 열기도 한다. 장신구를 만드는 데는 많은 도구가 필요하지 않다. 나의 오랜 친구 ‘플라이어 삼총사’만 있으면 충분하다.

비즈공예 실용서를 보면 세 가지 플라이어 사용법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사용법을 익혀뒀다가 아끼는 장신구가 고장 나면 직접 수리해보자. 내 손길이 닿은 물건들로 나를 가꾸어볼 때, 그것의 영롱함이 배가 되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장신구 수리에 유용한 플라이어(plier) 3종

(1) 니퍼: 금속 핀이나 사슬, 와이어 등을 자르거나 부속의 틈을 벌릴 때 사용한다.

(2) 구자(9字) 말이 집게: 금속 핀을 둥글게 꼬아 9자 모양이나 고리를 만들 수 있다.

(3) 평집게: 집게 부분이 길고 평평하다. 사슬이나 오링(O자 모양의 동그란 링)을 열거나 닫을 수 있다.

▲모호연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사람. 일상 속 자원순환의 방법을 연구하며, 우산수리팀 ‘호우호우’에서 우산을 고친다. 책 <반려물건> <반려공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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