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물산업, ‘시설산업’에서 ‘데이터·기술산업’ 전환해야

2025-11-07

[이미디어= 김한결 기자] 기후위기, 인구감소, 산업구조 변화 속에서 물산업의 체질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최근 열린 ‘물산업 내수 활성화 방안 포럼’(10월 31일, 롯데리조트 부여)에서 공공기관과 민간 전문가들은 “이제 물산업은 단순한 인프라 건설 산업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자 기후 대응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공공투자·요금 현실화 없이는 지속가능성도 없다”

이두진 한국수자원공사 상하수도연구소장은 국내 상하수도 산업의 재정 구조를 “만성적 적자”로 규정했다.

“지자체의 요금 수입만으로는 유지보수조차 어렵다. 인프라 개선을 미루는 동안 시설은 노후화되고, 지역 간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그는 미국의 WIFIA(물 인프라 금융 및 혁신법)과 일본의 수도사업 광역화 정책을 사례로 들며, “우리나라도 단순 보조금이 아닌 ‘물 인프라 혁신기금’과 같은 장기저리 금융지원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인구 감소 지역의 요금 불균형 문제를 언급하며 “생산원가가 높은 지자체에는 수도요금 안정화 예산을 별도로 지원해 물복지 격차를 줄여야 한다”며, “미국은 인프라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요금 현실화를 미루고 있지만, 그것이 결국 물산업 생태계의 고립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없는 산업엔 미래가 없다

나명호 한국환경공단 물환경관리처장은 물산업을 “20세기형 건설 산업에 머무른 산업”이라 평가했다.

그는 “상하수도 예산의 대부분이 신규 시설 확충에 집중되어 있고, 운영·관리·서비스 혁신에는 투자가 거의 없다”며 ‘데이터 중심의 산업구조로의 대전환’을 강조했다.

나 처장은 "△관망·시설·수질 데이터를 표준화해 실시간으로 수집, △AI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누수율·효율 관리, △중앙정부·지자체·민간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협업, △사업성과를 데이터로 평가하는 체계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제 물산업의 핵심은 콘크리트가 아니라 데이터가 자산이 되는 산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처장은 이 같은 체계가 구축되면 “단순한 하드웨어 산업을 넘어 스마트워터 서비스 산업으로 진화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국가 단위 물관리 통합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물산업 조직, 지금이 구조개편의 적기

임갑선 건화 부사장은 ‘물관리 일원화’ 이후의 제도적 정비 필요성을 짚었다. 그는 “국가물산업클러스트, 한국물기술인증원, 한국물산업협의회 등 다양한 조직이 있지만, 아직 기관 간 협업과 정보교류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임 부사장은 "2026년부터 하수도 예산의 대부분이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로 전환되면서, 지자체 자율성이 커졌지만 중앙정부의 지정사업이 줄어, 상하수도 분야 투자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우려된다”고 지방재정 중심 예산 구조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하수처리장 개량·스마트화 사업이 포기되지 않도록 중앙정부 차원의 보완재정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시설 개축과 유지관리 과정에 첨단 기술과 자동화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야 물산업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개방이 기술혁신의 출발점

박광희 삼안 부사장은 현장 데이터의 폐쇄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정수장과 하수처리장의 운영 데이터가 내부자료로만 남고, 외부에 거의 공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술혁신은 정보 공유에서 시작된다”며, 정부 주도의 운영데이터 개방 플랫폼을 제안했다.

박 부사장은 정보 공유에 대하여 "실시간 공개가 어렵다면 6개월~1년의 엠바고를 두고 데이터를 공개해도 충분히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상하수도 유지관리(O&M) 산업을 서비스 중심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설을 ‘관리’하는 산업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으로 바뀌어야 한다.유지관리, 진단, IoT, 모니터링 같은 새로운 직종이 생기면 지역 일자리도 늘어난다.”

그는 마지막으로 “중소기업 기술이 단발성 실증으로 사장되지 않도록 표준화·인증 기반의 기술 적용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며, 지속 가능한 기술 생태계 조성을 강조했다.

물산업의 미래는 구조적 전환에 달려 있다

토론을 마무리한 심유섭 국장(좌장)은 “물산업 내수 활성화의 해법은 단순히 예산을 늘리는 데 있지 않다”고 정리했다.

“정부의 재정 지원, 민간의 기술 혁신, 데이터 기반의 산업 전환이 삼각축으로 맞물릴 때

비로소 한국 물산업은 내수 침체를 넘어 글로벌 경쟁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토론을 통해 물산업의 발전 방향을 “인프라 중심에서 디지털·서비스 중심으로의 체질 개선”으로 규정했다.

즉, 물을 단순히 관리하는 행정의 대상이 아니라 산업·기후·기술이 융합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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