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평에도 또…코카콜라 ‘AI 크리스마스 광고’ 보니

2025-11-16

“올해는 트럭 바퀴가 그냥 미끄러지지 않고 꾸준히 돌아간다. 눈에 띄는 유일한 개선점이다.”(미 IT 매체 ‘더 버지’)

글로벌 음료 브랜드 코카콜라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크리스마스 광고를 선보이면서, IT·광고업계에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AI 이미지의 완성도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지만, 바탕에는 크리스마스 정서를 ‘영혼 없는’ AI 기술에 의존했다는 반감이 자리하고 있다.

문제의 광고는 1995년 방영된 ‘연휴가 다가온다(Holidays are coming)’ 광고를 AI 기술로 오마주한 것이다. 코카콜라 로고가 그려진 빨간 트럭 행렬이 숲길과 주택가 등을 지나면, 그 뒤를 따라 크리스마스 조명이 켜지고 연말 분위기가 번지는 원작 스토리라인을 그대로 따랐다.

코카콜라는 지난해에도 같은 콘셉트의 광고를 100% AI로 제작해 혹평을 받았음에도 올해 동일한 시도를 반복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각 장면마다 트럭 크기와 바퀴 갯수가 다르다”거나 “일관성 없이 실사와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왔다갔다 한다”는 등 냉소 섞인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코카콜라는 왜 크리스마스 광고를 2년 연속 AI로 만들어 논란을 자초했을까. 업계에서 꼽는 가장 큰 이유는 제작비 절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광고 제작 비용에 대해선 언급을 거부했지만 제작 기간은 10분의 1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프로젝트를 1년 전부터 시작해야 했는데 이제는 한 달 정도면 끝낼 수 있다”(최고마케팅책임자 마놀로 아로요)는 것이다. 코카콜라 측은 AI 광고의 질 역시 “지난해보다 10배는 나아졌다”(글로벌 부사장 프라틱 타카르)고 자평했다.

사실 코카콜라의 ‘자신감’엔 근거가 있다. 수천명의 소비자에게 평가를 받아 광고를 분석하는 영국의 ‘시스템1’에 따르면, 코카콜라 AI 광고는 지난해와 올해 모두 장·단기 시장 점유율 면에서 강력한 장점을 지닌 것으로 분석됐다.

코카콜라의 AI 크리스마스 광고는 윤리적 측면에서도 논란을 빚고 있다. AI가 만들어낸 이미지는 수많은 작가의 작품을 무단으로 혹은 초저가로 학습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작가인 알렉스 허시는 “코카콜라의 색깔은 실직한 예술가들의 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빨간색”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미적 완성도와 노동 윤리 등에서 논란을 빚고 있지만 AI 광고 시장 규모는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터랙티브 광고 협회에 따르면 올해 TV·소셜 미디어 광고의 AI 활용도가 지난해에는 22%였지만 올해는 30%였고, 내년에는 39%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올해 미국 내 광고제작사 고위직 22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이들의 91%는 향후 인력 감축을 예상하며 57%는 이미 신입 채용을 늦추거나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코카콜라의 글로벌 부사장 프라틱 타카르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와 올해 AI 광고에 대한 불평은 대부분 광고업계 종사자들로부터 나온다”며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지니는 이미 램프에서 나왔고, 다시 집어넣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크리스마스처럼 따뜻한 정서를 다루는 광고가 100% AI로 제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마음이 복잡해지는 건 사실이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세계 최대 기업이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아 놓고 이를 자랑스레 떠벌리는 모습은 마치 스크루지를 연상시킨다”고 코카콜라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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